서울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공단의 의견을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30일 양측에 전달했다. 시가 직접 중재안을 제시한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중재안에는 갈등의 핵심인 '2020년 6월 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 논하지 않고, 변경계약에 따라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원에 대한 재검증을 한국부동산원에 신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시는 한국부동산원 재검증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시공단에는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 및 도급제 변경 요구를 수용하고 30일 내로 공사를 재개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시공단이 요구하는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품질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 기간 연장, 공사중단·재개 등에 따른 손실,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 요구에 따른 변경을 조합이 수용하되 적정 범위 결정을 위해 토지주택공사 등(SH·LH, 사업대행자)에 전권을 위임하는 사항을 총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고,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사업대행자의 판단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양측 간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특정 범위에 한해 시의 결정을 따르라는 의미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 1항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 등으로 해당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자체가 해당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를 대신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토지주택공사 등에 대신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다'는 데 근거한 조치다.
시 관계자는 "선량한 조합원들의 피해를 우려해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을 중재하는 노력을 지속해왔고, 이번 중재안은 공사를 빨리 재개하고자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며 "양측과의 추가 조율 및 조합 총회를 거쳐 중재안 수용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이 당장 조율되긴 어려워 보인다.
앞서 시공단은 중재안의 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조합의 계약 무효 소송 취하와 총회 결의 취소 없이는 공사 재개가 어렵다는 것을 골자로 입장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집행부 측 역시 "집행부가 중재안을 전격 수용할 수는 없고,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중재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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