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구매비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제자리적자 구조 고착···한전 "전기료 정상화 시급"물가상승 우려···정부, 요금인상 당장은 부담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7조7869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적자액보다도 2조원 가까이 많다. 증권가에선 연말까지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역대급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연료비(7조6484억원)와 전력구입비(10만5827억원)가 각각 92.8%, 111.7% 급증한 것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경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LNG t(톤)당 가격은 132만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올랐고 유연탄은 191%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력 판매 수익은 15조3784억원으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이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데 LNG·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사들인 전력 구매비용도 대폭 올랐다.
발전 자회사들이 전력 생산에 투입한 연료비는 지난해 1분기 3조9470억원에서 4분기 5조9595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어났다.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역시 KWh(킬로와트시) 당 180.5원으로 전년 동기(76.5원) 대비 136%가 늘었다.
하지만 이에 비해 판매 가격인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한전은 지난해 1분기 5716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분기 -7648억원, 3분기 -9366억원 4분기 -4조7303억원, 올 1분기 -5조7289억원(추정) 등 4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유가 변동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아직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연료비·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되 국민 부담을 고려해 올해 분할 적용키로 했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달 ㎾h(킬로와트시)당 202.11원으로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동월(76.35원)보다 164.7%나 급등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180.5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6% 상승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전은 "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이익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지금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더욱 커지는 구조"라며 "연료비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및 가격 급등 상황에서 국내만 예외적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고 한전은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모두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국가 재정 지원이 단행되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판매사들이 연료비 급등으로 심각한 재무적 위기에 봉착해 영국 30개, 일본 14개, 독일 39개, 스페인 25개 등의 전기요금 판매사가 파산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마저 대폭 인상될 경우 서민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새 정권 초반에 전기요금 인상이 당장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한전의 부도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과감히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유연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다는 가정 하에 올해 연간 영업적자 16조원을 전망된다"며 "하반기 연료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에는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하반기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인수위 역시 전기요금 인상폭 및 시기에 대해 하반기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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