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주주들 "공매도 더는 못 참아"···K스톱운동 재추진

임상 호재 이후 쏟아지는 공매도 폭격···주주연대 집단행동 예고

JP모건 창구서 업틱룰 위반‧통정거래 등 불법 공매도 거래 의혹

"시세조종성 공매도 거래 조사‧처벌해야"···금감원에 민원 제기

19개 종목과 연대한 대통령실 집회 추진···집중매수는 계획 없어

그래픽 박혜수 기자 [e-mail]

최근 HLB생명과학이 공매도과열종목에 5차례나 지정된 가운데 에이치엘비(HLB) 주주연대가 공매도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반공매도 운동인 'K스톱운동'에 나섰던 주주연대는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추진하는 한편, 19개 종목 주주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공매도 세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JP모건과 일부 국내 증권사 창구의 시세조종성 공매도 거래를 조사해달라며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이날 공매도과열종목에 지정돼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다. HLB생명과학의 공매도과열종목 지정은 5월 13일, 17일, 24일 등 지난 한 달간 벌써 5번째다. 공매도과열종목은 과도하게 공매도 비중이 높아진 종목에 대해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로, 단기간에 수차례 지정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9일 HLB생명과학의 공매도 거래량은 무려 68만9673주로, 거래대금 기준으로 약 92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는 전날 거래됐던 14만8000여주 대비 366.2%나 폭증한 규모다. 같은 날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거래량(18만4259주) 역시 13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12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3상 임상(병용)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은 이번 임상에서 1차 유효성지표인 OS(전체생존률)와 PFS(무진행 생존기간)를 모두 충족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에이치엘비는 이달 7일에도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리보세라닙의 선낭암 1차 치료제 상업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을 담당한 리보세라닙의 선양낭성암 임상 2상을 주도한 강현석 캘리포니아대학 의대교수는 "급격한 진행성 환자 80% 이상에서 치료효과를 확인했다"며 향후 FDA의 가속승인 가능성을 높였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포지션의 외국인투자자들이 HLB생명과학과 에이치엘비의 주가상승을 막기 위해 공매도 거래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관련 대형 호재에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 손실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판단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이날 에이치엘비 주주연대는 시세조종성 공매도 거래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새롭게 취임한 이복현 금감원장이 업틱룰 위반 등 공매도 세력의 불법 시장교란 행위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에이치엘비 주주연대 대표 A씨는 "코스닥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에이치엘비와 자회사인 HLB생명과학에서 벌어지는 공매도 거래는 시세조종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간암과 선낭암 신약을 출시하는 단계에 진입했는데도 JP모건 등 외국인 공매도 세력은 시세조종성 거래로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증권사 창구에서는 시세조종 의심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장 시작 동시호가 시초가 형성 시 시장가 대량 매도로 주가 하락 출발 유도 ▲장중 대량 수량 프로그램 매도로 여러 개의 매수 호가를 무너뜨려 투매 유도 ▲장 마감 동시호가 종가 형성 시 시장가 대량 매도로 종가 하락 마감 유도 ▲매도·매수를 교차하는 통정매매 등이다.

A씨는 "일반적으로 통정매매, 동시호가에 대량 수량 개입 등 주가상승을 위한 시세조종성 거래는 예외없이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며 "그렇다면 공매도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도 강력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공매도 계좌 거래내역만 확인하면 공매도 세력이 업틱룰을 지켰는지, 장중 대량 매도로 시세조종을 한 건 아닌지 알게 될 것"이라며 "HLB생명과학이 공매도과열종목에 5차례 지정될 동안 불법 시세조종 혐의가 없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매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에이치엘비 주주연대는 지난해 7월 이후 약 1년 만에 'K스톱운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시세조종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집중 매수 방식보다는 일간지 지면광고, 대통령실 앞 집회 등을 통해 불공정한 공매도 거래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를 중심으로 19개 종목 주주연대와 손잡고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