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방어"···올해 자본성증권 발행액 4조원↑한화손보·KDB생명·흥국화재, 소진율 높아 '한숨'LAT 자본 인정해 준다지만 근본 대책인가는 의문"자본성증권 한도 소진율은 대응여력 가늠 요소"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KDB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은 이미 발행한도의 70% 이상을 소진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58조에 따르면 증권 발행액은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신종자본증권은 RBC비율 산출시 25%까지만 인정된다. 자본성증권 발행 한도를 대부분 소진해버린 보험사의 경우 앞으로 건전성을 유지할 길이 묘연한 셈이다.
우선 올해 1분기 RBC비율이 122.8%로 당국 권고치(150%)를 밑돌았던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 않다. 1분기 RBC비율 146.7%를 기록했던 흥국화재도 발행한도, 기본자본인정한도, 보완자본인정한도 소진율이 모두 높아 추가 발행이 어려운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한화손해보험과 마찬가지로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보다 떨어졌던 NH농협생명(131.5%)은 오히려 여유가 있다. 농협생명이 발행할 수 있는 자본성증권 한도가 아직 70% 이상 남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단행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금액은 약 4조3020억원이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발행한 자본성증권(2조9000억원) 금액을 넘어선 수준이다.
가장 최근에는 한화생명(6월 17일)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4일에도 9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올해 가장 많은 액수의 자본성증권을 내놨다. 농협생명은 지난 3월 31일 6000억원, 4월 8일 2300억원 등 총 83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3월 7일 2500억원의 후순위채와 5월 31일 1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러시는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감소분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리부자산의 가치 하락은 순자산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건전성 지표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도(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국내 금리도 추가 인상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어 추가 증권 발행이 힘든 보험사들의 표정은 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물론 희소식도 있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에 따른 RBC비율(지급여력비율) 완충 방안을 내놓으면서 보험사들의 숨통을 틔어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LAT에서 발생하는 잉여액의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를 토대로 KB증권이 주요 보험사들의 1분기 RBC비율에 당국의 완충안을 적용한 결과에 따르면 RBC비율이 평균 24.4%포인트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여력이 부족한 보험사를 개별로 보면 한화손보(122.8%→188.3%)와 DBG생명(108.5%→170.1%)은 당국 권고치를 넘어서는 결과가 도출됐다. 2분기 보험사 RBC비율 역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커버리지 보험사 평균 기준으로 16.9%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다는 추정했다.
하지만 당국의 이번 조치는 보험사의 실질적 자본 확충이라기 보단 회계 방법을 변경해 자본이 많이 보이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자본성증권 발행 한도 자체가 적은 보험사들은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고육지책으로 부동산 등 소유 자산을 팔기도 하지만 내년 신회계제도(K-ICS)도 대비까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한국기업평가는 "자본성증권 한도 소진율이 높은 경우 자본성증권 추가 발행을 통한 RBC비율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각사의 대응여력을 가늠하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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