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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 3세 '박준경 시대' 도래···박철완 '분쟁 동력' 잃다

금호석유 3세 '박준경 시대' 도래···박철완 '분쟁 동력' 잃다

등록 2022.06.20 16:51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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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임시 주총에 사내이사 선임안 상정박 회장 용퇴 1년만에 오너家 이사회 재합류영업본부장으로 역대급 실적 진두지휘 성과 대규모 투자 결단 등 '오너 리더십' 필요성 절실기세 꺽인 박 전 상무, 이사선임 저지 명분 없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 관문에 들어섰다. 박찬구 회장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화 부사장은 다음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무리없이 사내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반면 2년 넘게 '조카의난'을 벌이는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는 그룹 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오는 7월 21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총 3인의 선임안을 다룰 예정이다. 사내이사 후보인 박 부사장은 1978년생으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금호석화 해외영업팀 부장과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해 영업본부장에 올랐다. 사외이사 후보는 권태균 전 조달청장과 이지윤 전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부이사관이다.

금호석화 정관에는 이사회 규모가 최대 10인까지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박순애 전 사외이사가 지난 2일 자진 사임하면서 현재 이사회는 총 9명이다. 남은 자리는 1석뿐이지만,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1인이 추가로 자진 사임을 결정하면서 이사회 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선임된 고영훈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사내이사에서 내려온다. 2020년 3월 선임된 이재경 사외이사도 임기를 약 1년 남기고 이사회를 떠나기로 했다.

오너일가가 이사회에 재합류하는 것은 약 1년 만이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미등기 회장직만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사상 최대 실적(분기)을 거둔 만큼, 견고한 경영기반을 다졌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더욱이 박 회장이 1993년부터 30년 가까이 사내이사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퇴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았다. 박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금호석화 대표이사직에서 강제 해임된 2009년에도 사내이사는 유지했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는 강력했다. 자신과 함께 이사회를 꾸려온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와 동반 사퇴한 것이다. 신 대표는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의 한국지사에서 회장까지 역임한 '화학 전문가'지만,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석화 100% 자회사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의심하는 일부 시선이 존재했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부사장은 영업본부를 총괄하며 금호석화의 역대급 실적을 쌓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 그룹이 체질 개선에 나선 만큼, 통 큰 투자 등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오너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룹은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표했다.

하지만 박 부사장의 이사회 등판은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진 않았지만, 박 회장 일가와 대립각을 세운 박 전 상무의 위협이 더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故)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 전 상무는 박 부사장과 동갑내기로, 같은 시기에 상무보와 상무로 승진하며 동등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박 회장이 과거 '형제 분쟁'을 겪은 만큼, 사촌간 경쟁구도를 부추기지 않았다. 하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갈등은 2020년 임원 인사 이후 부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무이던 박 부사장만 전무로 승진하면서 '차기 후계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에 박 전 상무는 이듬해 1월 박 회장과의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해지하며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했다. 모친 김영일 여사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금호석화 지분을 일부 취득하며 힘을 보탰다. 박 전 상무는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다. 또 박 전 상무는 주총 직후 금호석화로부터 임원 계약을 해지당하며 '자연인' 신분이 됐다. 그는 올해 진행된 정기 주총에서도 고액 배당 등으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캐스팅보터'인 국민연금이 사측 편에 섰고, 결과는 완패였다.

박 전 상무는 3월 주총 이후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호지분 지분율은 10.22%로 1년 넘게 변동이 없다. 특히 주총 직전까지 날선 여론전을 이어가던 기세도 꺾인 듯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예정 소식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저지할 마땅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사 선임안의 경우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의 의결권 과반과 총 발행주식수의 4분의 1 이상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주요 주주는 박 회장 측(15%)과 국민연금(2.06%), OCI(0.57%) 등이다. 박 전 상무 측이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 부사장이 사내이사 선임으로 공식 후계자에 오르면,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은 위축을 넘어 사실상 종식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박 전 상무는 이미 그룹 고위 경영진들과 척을 진 상태이고, 사내 측근도 거의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사장이 이끌 금호석화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시황 악화에도 금호석화의 2분기 실적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도 육성 중이다. 주주친화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금호석화는 올해 9월까지 15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한편, 박 회장 장녀이자 박 부사장 동생인 박주형 전무는 당분간 후방에서 오빠를 지원사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금호그룹 전통을 처음으로 깬 박 전무는 1980년생으로, 구매재무담당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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