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5주' 무증 결정에 주가 급등···투자경고종목 지정무증 테마주, 대부분 약세 전환···장기적으론 '양날의 검'유보율 높지않고 현금흐름 '마이너스'···"투자 신중해야"
한국거래소는 1일 실리콘투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매수시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하고 신용융자를 쓸 수 없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장조치다.
실리콘투는 지난 20일 1만2150원에 마감한 뒤 8거래일 만에 120.5%나 급등한 상태다. 21일과 24일 각각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고, 30일에도 27.32%나 치솟았다. 코스닥 시장의 얼어붙은 투심이 실리콘투로 집중된 듯한 모양새다.
2002년 설립된 실리콘투는 K-뷰티 역직구 쇼핑몰 '스타일코리안닷컴'을 운영 중인 기업이다. 스타일코리안닷컴은 국내 최대 규모의 K-뷰티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세계 110개국에 걸쳐 100만명의 고객에게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실리콘투는 지난 21일 무상증자 검토계획 공시를 낸 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당시 회사 측은 "유통주식수 확대에 따른 거래 유동성 확보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현재 무상증자 진행을 검토 중"이라며 1개월 이내에 무상증자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사가 무상증자 '결정'이 아닌 '검토'를 공시하는 건 이례적인 사례다.
시장 일각에선 실리콘투의 무상증자 검토 공시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30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면서 일단 불공정거래 의혹은 사그라든 모습이다.
실리콘투는 5014만7695주를 신규 발행해 오는 8월 2일 상장시킬 예정이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무상증자는 단기 호재로 인식된다. 보유주식을 무상으로 늘려줘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고,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잉여금이 많다는 점을 시장에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무상증자는 유동성 공급효과에 따른 거래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거래량 부족에 따른 기존 저평가 요인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1일부터 30일까지 무려 214억원이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이 67억원을 순매도하고 외국인도 17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만으로 주가가 급등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무상증자 이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난 효과로 EPS(주당순이익)은 줄어들고 PER(주가수익비율)은 높아져서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다 주식 수 증가로 단순히 변동성만 확대시킬 우려도 있다. 보유주식은 늘렸지만 정작 평균 주가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무상증자를 결정했던 노터스와 공구우먼도 급등 뒤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1만원이었던 노터스의 주가는 무상증자 이슈로 단기간에 4만3950원(장중)까지 올랐지만 최근 7500원대까지 급락했다. 지난 30일 무상증자를 단행한 공구우먼 역시 롤러코스터를 타며 높은 변동성에 시달렸다. 실리콘투 역시 1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0.45%(2800원) 내린 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잉여금이 많지 않은 실리콘투는 노터스와 공구우먼보다 곳간 사정이 좋지 못한 상장사다. 노터스와 공구우먼의 유보율(1분기 기준)은 각각 8958.13%, 1만2991.43%이지만 실리콘투는 1598.92%에 그치고 있다. 이는 자본금 대비 잉여금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1주당 5주를 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리콘투는 지난 연간 매출액(연결 기준) 1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계기업은 아니지만 매년 마이너스의 FCF(잉여현금흐름)를 기록하는 등 재무적 안정성이 높진 않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하락장에서 단타 목적의 투기적 거래에 집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무상증자는 주식 거래량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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