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사 가상자산 업무 영위 허용 검토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도 허용"자금세탁 등 부담 여전···규율체계 확립 필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비금융정보 활용, 가상자산 관련 업무 영위 등 전방위적 규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과 IT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금융권 내 IT·플랫폼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그 중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연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안이다. 기존에는 각 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거나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투자하는 등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와 맞물려 보폭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당국은 금융사가 부수업무를 영위하도록 하고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도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대표적 사례로 든 업종엔 음식배달·통신·유통과 함께 가상자산을 포함시켰다. 동시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요건인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기준을 완화하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금융회사간 협업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당국이 이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경우 금융지주나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자 일찌감치 주요 은행은 커스터디와 같은 사업을 간접적으로 추진해왔다. 현행법상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 수탁 업무를 겸영할 수는 없어서다. 블록체인 개발사 등과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운영 중인 KB국민은행,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합류한 신한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도 디커스터디에 투자한 바 있다.
물론 관건은 당국이 금융사의 책임 부담을 어느 정도까지 덜어주느냐다. 사실 은행권은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직접적인 협업을 꺼렸다. 시세조종이나 자금세탁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휴 은행으로서 함께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탓이다. 지난해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신고기한이 임박했을 당시에도 은행권은 같은 이유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열어줄 수 없다며 이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은행은 가상자산 외에도 1000만원 이상 거래 발견 시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할 의무를 지니는 만큼,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자금세탁에 대한 1차적 책임 역시 은행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이러한 내용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행으로서는 가상자산 사업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최근에도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발생한 수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를 놓고 가상자산 투기 세력의 자금세탁 용도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업권 전반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당국은 가상자산과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책임 있는 성장을 유도하고자 균형 잡힌 규율체계를 갖추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 일환으로 현재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논의 중이다. 세부적으로 가상자산을 '증권형 코인'과 '비증권형 코인'으로 나누고 각각을 따로 관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증권형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을, 비증권형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바탕으로 규제하는 식이다.
이밖에 당국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루나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의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킹과 시스템 오류에 대비한 보험제도 도입, 부당거래 수익 환수 등 보호장치도 함께 구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완화 방침엔 환영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자금세탁 우려로 인해 여전히 부담이 큰 분야"라면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관련 규율체계를 명확히하는 게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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