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 완화한다는 것은행, 비금융 자회사 확대 가능해져전업주의도 완화···부수업무 범위 넓혀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담은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이 중에서도 금산분리·전업주의 규제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사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있다"며 "정보기술(IT) 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금융과 산업이 결합될 경우 독점, 부실화, 공정한 경쟁 저해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책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비금융서비스나 데이터 업계 간 융합을 촉진한다는 목표다. 이는 그간 은행의 비금융 진출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은행권 건의를 받아 들인 것이다. 빅테크들이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금산분리 규제에 발목을 잡혀 신사업 진출에 애를 먹어왔다.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은행들은 당국의 혁신 사업으로 지정돼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들어 빅테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15% 룰'이 완화되면 은행은 부동산 서비스 회사 등 비금융 업종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특히 금융당국이 업무범위 확대와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에서는 신사업 진출이 보다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인수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은행권은 금산분리 규제 탓에 금융과 비금융 업무를 동시에 하는 해외 현지법인 인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업주의 규제 완화도 함께 이루어진다. 현재 은행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금융위가 정한 15개 금융(관련)업종과 이와 유사하다고 금융위가 인정한 업종에 대해서만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부수적으로 할 수 있는 '부수업무'도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의 경우 음식배달 중개 플랫폼 운영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로 겨우 길을 찾았다. 또 업무 위탁도 규제에 막혀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은행권은 전업주의 규제를 완화하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른바 '수퍼앱' 전략을 통해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성장도 가능해진다.
다만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회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은산분리인데, 이 규제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돼 혁신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한도를 34%까지로 완화된 바 있다.
이를 더 완화할 경우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사들과 빅테크 간 규제 형평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은행들의 비금융 산업 진출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규제 완화에 따라 신산업을 발굴에 더 속도를 낸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에 은행은 규제에 막혀 신사업 진출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었다"며 "은행들은 부동산이나 가상자산 등으로 사업 확장을 빠르게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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