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기준금리 인상기조 유지"

기준금리 0.25%p 올려 2.5% 결정

사상 처음으로 네 번 연속 인상

이 총재 "연말 2.75~3% 기대 합리적"

"불확실성↑···인플레이션 기대 막아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이창용 한은 총재가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3.0%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제시했던 바와 같이 25%p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 지침)가 아직 유효하다며 "당분간 25%p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다시 확인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를 넘긴 가운데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지난 5월 전망수준보다 올려잡았다.

이 총재는 "최근 두 달간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 정점이 7월로 당초 예상(3분기말~4분기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크고 근원 물가가 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5~6%대 물가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성장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나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상황 등 불확실성이 커 대외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두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하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상승을 부추기고 임금상승이 다시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생각하기엔 현 상황이 (고리의) 시작 상황이라 금리인상을 통해 기대인플레를 조절하고 임금과 물가의 상승 작용을 막으면, 경착륙 없이 경기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경기 하방 위험도 강조했다. 그는 "성장 측면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여건의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최근 달러화 강세는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날 0.25%포인트 금리인상이 현재 환율 상승 제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외환시장 유동성이나 신용도, 외환보유고 부족 문제가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지만 현재 달러 강세는 다른 선진국 환율과 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는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과 중간재 수입 기업 고충이 심해져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