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골프장들은 정기 골프 모임 유치에 열을 올린다.
객단가를 제시하며 여러 조건을 달던 예전과는 달리 고객들에게 문자까지 보내면서 친절하게 안내한다. 필자만 해도 몇 군데에서 연간 단체 모임 안내를 받았다.
골프 부킹도 예전처럼 어렵지 않다. 인터넷 부킹 사이트가 열리기 무섭게 마감됐지만 지금은 골프 예정일 일주일 전에도 널널한 편이다.
골프장 산업이 확 달라졌다는 증거다. 이를 반영하듯 골프장 매물 소식이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단순히 골프장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등했던 골프장 가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최근 금리 부담과 운영비 상승, 골프 수요 변화,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요즘은 수도권 레이크사이드나 가평 베네스트 같은 명문 골프장도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부킹에 어려움이 없다.
2025년 상반기 국내 골프장 15개사의 매물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34.6%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 올해 3월 한국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대중형 골프장의 18홀 평균 내장객은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골프장이 매물로 잇따라 나오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선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시기가 다가왔다.
사모펀드는 골프장을 장기간 보유하기보다 일정 기간 운영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한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 골프장을 인수한 펀드들은 투자 회수 시기 도래와 함께 매각을 서두른다.
다음으로 금리 인상과 차입금 부담이다. 골프장이 토지와 시설을 확보하는 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인수 과정에서 대출을 많이 활용했다면 금리 상승이나 차환 조건 악화가 수익성을 압박한다. 가령 3000억원 골프장 인수에 2000억원을 차입했다면 대출금리가 3%에서 5%로 상승하면 40억원의 연간 이자 부담 상승 압력을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워낙 인수가격이 높았다. 2021~2022년 골프장 수익성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나섰다. 그 결과 높았던 인수가격 고수로 현재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가격을 낮추거나 경매·공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접대성 골프 수요가 영향을 크게 미쳤다. 과거에는 기업 임원과 거래처의 골프 모임이 골프 수요의 큰 축이었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과 접대비를 통제하자 평일 예약이나 단체 이용이 급감했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로 골프 비용을 지불하던 것도 옛날이며 타 기업으로도 확산됐다.
웅진그룹은 최근 경기도 여주의 렉스필드CC(27홀) 매각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하고 매각에 본격 착수했다. 그동안 내부 검토와 시장 수요조사 단계에 머물다가 속도를 내고 있다.
웅진의 희망가는 홀당 13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는데 이 경우 거래 규모는 3500억원 안팎이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라는 입지와 프리미엄 시설이 강점이다.
핵심 쟁점은 높은 매각 희망가와 매수자 가격의 눈높이이다. 웅진그룹이 장기간 보유한 고급 골프장으로 2021년에도 매각 협상이 있었지만 가격 차이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26년에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됐지만 웅진 측은 매각 추진을 부인하기도 했다.
주말 그린피만 48만원인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18홀)도 매각을 공식화했는데 홀당 가격이 16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이 비핵심 자산 차원에서 정리 중인데 잭니클라우스GC를 팔아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와이드 소유로 2022년에 전체 2900억원, 홀당 약 160억원으로 매각될 예정이란 언론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회원권 관련 부채가 거래 성사의 최대 관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골프장이라는 강점에도 회원권 관련 부채 때문에 매각대금 전체가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2026년 4월 매각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6월에는 포스코 측이 매각 추진을 부인했다는 보도도 나와 확정 매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충남 천안의 명문 골프장 우정힐스CC(18홀)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가격 조정과 거래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코오롱 그룹의 희망 거래금액은 약 2500억원 안팎이다. 이 골프장은 한국오픈이 개최되는 명문 골프장이다.
강원도 홍천의 카스카디아CC(27홀 대중제) 매각도 언론에 노출됐다. 개장 초기부터 고급 시설과 50만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가 1인당 그린피를 내세운 골프장이다. 아직 협상 종결과 거래 성사 소식은 없다.
강원 춘천 소재 파가니카CC(18홀)는 지난해 부동산 전문 기업 다옴홀딩스에 인수됐다. 세레니티 강촌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다옴홀딩스는 현재 각각 27홀 규모의 경북 김천 포도CC와 청주 세레니티CC를 보유해 운영한다. 청주, 삼척, 경주 등지에서 복합 리조트도 개발 중이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던 경기도 광주의 중부CC(18홀)도 지난해 약 2200억원에 더시에나그룹에 팔았다. 현재 더시에나서울CC이란 이름을 사용 중이다.
1987년 개장된 명문 골프장으로 입지와 코스 경쟁력으로 골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본업과의 연결고리가 약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계열사나 사업부 매각보다 거래가 용이했다.
춘천의 클럽디 더플레이어스CC(27홀 대중제)에 대한 매각설도 언론에 올랐다. 소유측인 팩텀PE가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모펀드는 투자 회수 시기에 도달하면 보유 자산을 매각한다.
전남 영암의 코스모스링스CC(18홀)는 올해 초에 매각이 완료됐다. 활주로형 직선 코스로 반복 유찰 후 BS보성 계열사가 토지와 건물을 취득했다. 골프장 운영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매가 진행됐다.
"작년부터 고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요. 마치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11월 초 찾았던 경기도 여주 소재 골프장 캐디의 말이다. 골프장 매물증가로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가 정상화되는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현권 대한변리사회 미디어 전문위원 겸 지식재산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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