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경쟁은 미래 디지털 금융 이권이 달렸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현재 선두에 있는 디지털 위안화는 각국 정부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디지털 위안화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주간 e-CNY]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몇 달간 정리한 [주간 e-CNY]를 보면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유통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요컨대, '대중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입니다. 돈을 뿌리고, 위챗 등 '국민 앱'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고 교통카드·식료품 구매, 세금 등 생활 필수 분야에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했습니다. 기기 사용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암호화폐 지갑까지 개발하면서 말이죠. 작정하고 디지털 위안화 정착을 위해 움직이는 셈입니다.
효과는 있었을까요?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내 디지털 위안화 결제금액은 830억 위안에 육박합니다. 올해 1~5월 말까지 사용된 금액입니다. 한화로 약 16조 2600억원에 달합니다. 쩌우란(鄒瀾) 중국인민은행 금융시장사 사장(국장)은 "이 기간동안 총 2억6400만 건의 디지털 위안화 거래가 이뤄졌다"며 "457만 개에 육박하는 상점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일부는 현금을 쓰는 문화보다 디지털 위안화를 쓰는 것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한국이 결제에 신용카드나 페이 앱을 주로 활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같은 편리함은 사용자 흡수에 최적의 방법입니다. 문화적 확산 방식은 근대사 제국주의의 식민정책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식민지를 찾아 나선 국가들은 식민지 대상 국가를 점령한 후 먼저 식민정책을 정당화하는 문화통치를 시행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식민지 역사를 겪은 국가는 국경, 언어, 관습 등에서 문화통치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형태를 보면 법제화나 단순 명령보다 문화적 잠입 형태는 장기적으로 추진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를 잘 알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위안화 사용은 과연 중국 내에서만 국한될까요?
앞서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최근 CBDC 연구·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각국에서 중국 결제 앱의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위안화가 동남아 자국 통화를 대체할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현상은 달러가 자국 통화를 대체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 7월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의 정책과제 포럼에서 윤성관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부장은 "다른 나라가 CBDC를 개발하면 우리나라는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유입되는 지점이 국가 간 송금을 통해서인데, 달러라이제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상원에서는 중국의 CBDC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모바일 앱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제출했습니다. 톰 코튼(Tom Cotton) 등 미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은 법안 제출 성명을 통해 "미국 영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권위주의적 디지털화폐'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챗의 보급력을 고려할 때 약 2억6000만 명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만들어 디지털 위안화를 정착시키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등 사용을 확대시킨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세계 공장의 대다수가 중국에 위치했다는 점, 상하이 등 물류 중심지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물류 및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환전 비용을 대폭 삭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같은 우려에도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적 통용은 쉬운 게 아니며, 가능성이 있어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풀이입니다. 조고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디지털 위안화는 2030년 기준 중국 본원통화의 6%, 사회 전체 소비(소매결제)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금이나 제3자 지급 결제의 일부를 대체한 후 공존하는 방향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한 국경 간 결제 시스템 구축은 아직 테스트 초기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이며, 단기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장기적·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미국 코넬대 무역정책학 수석 교수는 '화폐의 미래'에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했지만 자본 통제와 환율 개입 문제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디지털 위안화도 마찬가지다"라며 "자본시장을 자유화하고 환율 결정을 시장에 맡기더라도 법·제도 안전성·신뢰성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달러처럼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에도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금융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위안화의 국제 거래 활성화를 기대합니다. 지역 간 연합으로 타지역에 봉쇄적인 무역 정책을 취하는 '블록화 경제'가 다시금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흥국 반열에 있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연합과 함께 디지털 위안화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 결제망을 대체하고 새로운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가 움직이는 지금을 중국이 기회로 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달러 패권을 분산화시킬 수 있는 디지털 위안화는 미국에도 견제의 대상이 됩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 전체가 충격을 받았던 '스푸트니크 쇼크' 사태가 중국과의 CBDC 경쟁을 통해 재생할 가능성도 배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각국은 제재만이 아닌 기술 개발과 합리적 외교를 추진하는 형태를 고민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중국의 CBDC 동향에 주목하며 [주간 e-CNY]는 다음 주에 돌아오겠습니다.
뉴스웨이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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