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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 3세' 박준경 부사장, 경영권 '쐐기' 박았다

'금호석유 3세' 박준경 부사장, 경영권 '쐐기' 박았다

등록 2022.09.21 15:44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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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 장남, 사내이사로 이사회 합류첫 의사결정으로 1500억 규모 자사주 소각저평가 주가에 대한 주주 불만 해소시킬 전망1년 넘게 지분 확대 없는 박철완, 대비되는 행보 올 주총서 소액주주 표심 못 얻은 것과 일맥상통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 오너3세인 박준경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순항 중이다. 박찬구 회장 장남인 박 부사장은 최근 금호석화 이사회에 입성하며 핵심 경영진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조카의 난'을 일으킨 박철완 전 상무와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다. 박 전 상무는 2년 가까이 지분 확대를 중단하며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박 부사장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으로 소액주주의 지지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21일 재계와 석화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앞서 금호석화는 올해 3월 주주환원을 위해 소각 목적의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초 계약 기간은 6개월까지였지만, 적극적인 실행으로 계획보다 2개월 이상 앞당긴 지난 7월 초 총 66회에 걸친 자사주 매입을 조기 완료했다.

금호석화는 소각 대상 자사주 총 98만1532주를 사들였다. 이는 보통주 기준 전체 발행주식의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금액으로는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9870억원의 15.2%에 이른다. 금호석화가 지난해 약속한 자사주 소각 계획(순이익의 5~10%)보다 5%포인트(p) 높은 수치다. 여기에 금호석화의 올해 배당금을 고려하면 총 주주환원금액은 4309억원으로, 별도 순이익의 43.7%다. 회사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 당 1만50원 총 2809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금호석화의 자사주 소각은 창사 이래 세 번째이지만, 그 규모는 가장 크다. 금호석화는 2004년 당시 총 발행주식의 16.7% 수준인 보통주 394만4300주, 우선주 175만7476주를 각각 처분한 바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한 주식 정리와 효과적인 주가 관리가 목적이었고, 286억원 상당의 자본금 감소가 발생했다. 이후 17년간 자기주식 559만2528주를 보유해 온 금호석화는 지난해 말 OCI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17만1847주(315억원)를 OCI로 매각했다.

특히 이번 소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유력 후계자' 박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내린 의사결정이라는 점이다. 작년 6월 전무로 승진한 지 11개월 만에 부사장에 오른 그는 올해 7월 임시 주총을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박 부사장 선임안이 현장에 받은 반대표는 출석주주 가운데 '박철완 가계'를 제외하고 단 1%에 그쳤다. 압도적 찬성표를 얻은 박 부사장이 첫 의사결정 사안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선택하면서 저평가된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금호석화 해외영업팀 부장과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해 영업본부장에 올랐다. 10년 이상 국내·외 영업 실무를 담당한 '영업통'으로 평가받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NB라텍스를 비롯한 주력 제품들의 판매전략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더욱이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박 전 상무는 주식 매입을 1년 넘게 중단한 상태다. 통상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한다. 박 전 상무가 박 회장 일가와의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해제하며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지난해 1월 주가는 27만원대까지 치솟았고, 박 전 상무는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한 달 전 주가가 15만원대 안팎을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80% 가량 상승한 것이다. 특히 박 전 상무는 작년 3월까지 주식을 매입하며 박 회장 일가를 압박했다. 박 전 상무의 장인과 모친도 분쟁에 참전했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전년도 말까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임시 주총이나 다음 주총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시장 예상과 달리, 박 전 상무는 추가적인 지분 확대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3명의 누나에게 보유한 주식 중 930억원어치를 증여하면서 지분율에 소폭 변동이 생긴게 전부다. 박 전 상무 개인적으로는 지분율이 10%에서 1.42%p 하락한 8.58%가 됐다. 다만 가계 총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분쟁 재료가 소멸되면서 주가는 하락 곡선을 탔다. 일부 주주들은 박 전 상무가 언급한 대로 '책임경영'을 위해 그가 주가를 매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상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시세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박 전 상무가 올해 주총에서 보통주 당 1만4900원의 고배당을 제안했지만,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으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선임안 역시 전부 부결됐다.

경영권 분쟁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화 주주들은 저평가된 주가와 경직된 오너가의 태도에 가장 큰 불만을 가져왔다"며 "박 부사장이 가렵던 부분을 긁어주는 만큼, 박 전 상무와 비교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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