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국민에게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 것"악화된 경영환경 속 이 회장 승진···'위기 속 구원투수' 역할하만 이후 멈춘 대형 M&A···적극적 의사결정 필요한 타이밍효율적이고 빠른 대응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 속도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협의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치고 나오며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으로 삼성전자의 전환기가 다가왔다고 보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부터 인수합병(M&A), 조직 변화에도 빠른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 먹거리' 시급···대형 M&A 기대감 커진다=이재용 회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확보와 이를 위한 대형 M&A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사회도 이 회장의 승진 필요성을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라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이벤트가 곧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이 복권 후 현장 경영을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한 메시지에는 '도전' '기회' 등의 단어가 반복됐다. 이는 이 회장이 이끄는 뉴삼성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받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최근 TSMC에게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 뺏기는 등 위기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위기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명분도 있고 당위성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지난해 추진을 공식화한 대형 M&A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을 인수 합병한 이후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하지 못했다.
최근 ARM 인수 논의를 위해 이 회장이 직접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큰 의사결정은 결국 삼성전자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라며 "삼성전자가 과도하게 갖고 있는 자산의 투자 결정에 대해 회장의 포지션에서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타이밍이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회장 오른 이재용, 컨트롤타워 구축 진두지휘할까=이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을 복원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을 폐지했다. 이후 사업 부문별로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를 각각 별도로 운영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 체제에서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3사에 흩어진 TF를 한데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컨트롤타워 설치 여부에 대해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황용식 교수는 "그룹 경영에 있어 컨트롤타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SK의 경우 추진력있게 움직일 수 있었던 동력이 수펙스에 있다고 본다. 과거 삼성 미전실과 같은 조직은 지양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기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삼성 '젊고 창의적인 조직으로'=이 회장이 그동안 꾸준히 '인재경영'을 강조한 만큼 향후 뉴삼성은 '젊고 창의적인 조직'에 무게감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올린 회장 취임 소회에서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8월 복권 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MZ세대부터 육아 고충이 많은 30~40대 직원까지 그들이 바라고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서 과거 '관리의 삼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소통의 삼성'으로 행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향후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차기 리더군 육성에도 눈길이 쏠린다. 현재 삼성전자 핵심 간부들은 이미 '이재용 체제' 인물들로 상당 부문 채워졌으나, 더욱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위해 30~40대 능력 중심 인재 발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도 총수 역할을 해왔으나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내세우게 된 만큼 향후 발언에는 상당히 무게감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장기적인 삼성의 투자 계획은 많이 발표됐으나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렵고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만큼 이 회장이 취임 후 단기적인 삼성의 투자계획과 위기 속 대응방안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