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약속 지키는 吳'35층 룰' 풀고 조례 수정 등 '박원순 흔적' 지우기내달 안전진단 완화 발표까지, 상계동 재건축도 기대
실제 다음 세대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재건축 사업이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에 이어 목동 신시가지아파트까지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내달에 있을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까지 보태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 속에 있는데 주요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깜짝 발표로 서울 정비사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마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등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먼저 지난달 19일 서울시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통과시켰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 설립 19년 만이자 도계위에 상정 5년 만의 일이다. 정비계획안에서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33개 동 5778세대(공공주택 678세대)로 재건축된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 250% 이하가 적용된다.
지난 7일에는 서울시가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현재 1584가구인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국제금융도시' 위상에 걸맞은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의 대표 단지로 탈바꿈된다.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65층 초고층 대규모 단지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그간 정체됐던 여의도 단지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오랜 기간 재건축을 준비해 왔지만, 지난 2018년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논란에 막혀 사업 추진이 보류됐다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 현재 신통기획으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20여 개 단지가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삼부아파트 등을 비롯해 대치동 한보미도맨션(대치미도아파트), 잠실 장미아파트 1~3차, 송파한양2차 아파트, 압구정1~5구역 등이 있다.
전날에는 서울시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추진을 본격화했다. 지난 9일 서울시는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신시가지 14개 단지의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담은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 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2만6000여 가구인 1~14단지가 초고층 단지로 정비되면 5만여 가구의 신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사업 대상지는 아파트 단지와 일대 목동중심지구 등(양천구 목동서로 38~목동동로 1) 436만8463㎡(132만평)에 달한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해당 사업장은 저밀도나 다름없는데 재건축하면 공급효과가 나서 집 값 안정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또 사업성도 좋아 건설사들도 눈독 들이고 있는 단지이기도 하다.
주요 재건축 사업장이 잇달아 본궤도에 오르자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상계주공아파트 단지들도 기대감에 들뜬 목소리다. 상계주공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안전진단은 이전의 문재인 정부 때 강화되면서 재건축 사업 발목을 잡는 규제로 낙인찍혔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시설노후도, 비용분석 4가지가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구조안전성의 비율을 20%에서 50%로 늘렸고, 주거환경의 비율을 40%에서 15%로 낮췄다.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광 미성아파트(은평구), 여의도 미성아파트가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안전진단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12월 초로 앞당겨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50%에 달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30~40%로 낮추고, 정밀안전진단상 D등급 분류시 의무화돼 있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내달 초 개선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내년 1월중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만일 상계주공도 재건축 본궤도에 오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 지켜진 셈이다. 오 시장은 목동과 상계동, 여의도, 압구정동, 대치동, 사당동 아파트 단지를 언급하며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특히 그는 "안전진단이 보류된 목동과 상계동 아파트 (거주민들이) 힘들어한다"며 "압구정, 여의도 아파트도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다. 단지별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된 게 2만4800호로, 대치 은마, 미도, 우성4차, 잠실5단지, 자양한양, 방배15, 여의도 시범, 여의도 공작, 신반포 7차, 사당5가 있다"고 했다.
이미 오 시장은 재건축 활성화 위해 서울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재건축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박 전 시장이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을 손보는 등 전면적인 정책 폐기·수정에 이어 이번에는 35층 층고 제한을 완화했다. 서울 도심 건축물 등의 높이 상한 또한 재건축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요소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8일 '서울도심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기존에 '최고높이'로 설정된 높이 제한을 '기준높이'로 규제를 완화했다. 녹지 확충 등 공공기여가 있으면 기준보다 더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기본계획에서는 지역별로 최고높이가 정해져 있어 그 이상으로는 지을 수 없었다. 경관보호지역은 30m, 경관관리지역은 50·70·90m, 경관유도지역은 정비(예정)구역의 경우 기존 계획높이가 최고치였다. 이런 규제가 기준높이 형태로 변경되면서 경관보호지역은 10m 이내, 경관관리지역은 20m 이내, 경관유도지역은 '+α'로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시는 또한 일자리가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늘리기 위해 주거복합개발을 유도하고 구릉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다만 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제도다. 재건축 사업으로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넘는 수준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재건축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초과하는 개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예상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한다. 2006년 도입됐지만 부동산 침체기와 미실현 이득에 대한 법적 논쟁을 거치며 시행이 유예됐다. 그러나 지난 문정부 시절인 2018년 들어 제도가 다시 부활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이미 첫 주택공급대책에 담긴 재초환 완화 방안을 공개했는데 방향성만 제시된 큰 알맹이가 없는 내용 뿐이라 재초환 완화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재건축 단지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재건축 단지 조합 입장에서는 다시 가까스로 부활한 재초환 제도가 폐지되는 것으로 바라고 있는 눈치지만 용적율 상향해야하는 등의 부분이 있어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때문에 이들은 재초환 면제금액을 상향하거나 부과율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행단계에서는 변동폭이 높지 않은 만큼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덜 갈 것"이라며 "정비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차라리 부과 시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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