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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쟁 없는 도시정비업계 역대급 실적 잔치···독과점 피해는 소비자 몫

오피니언 기자수첩

경쟁 없는 도시정비업계 역대급 실적 잔치···독과점 피해는 소비자 몫

등록 2022.12.06 17:17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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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공기관, 적극적인 인지수사 펼쳐야갑을 뒤바뀐 조합-시공사···품질저하 우려

reporter
2022년 한해가 저물어가면서 도시정비(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조합들의 시공사 선정도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는 업체별 역대 최고 수주액 달성 등을 자축하면서 잔치분위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쟁회피, 들러리입찰, 부실공사, PF 유동성 위기 등 어두운 면이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도시정비사업장 중 90% 가량은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각각 1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나머지도 경쟁의 의미가 퇴색한 '들러리입찰'이 많았다. 진검승부를 가린 곳은 용산구 한남2구역 정도뿐이다.

도시정비 사업은 시공사 입찰에 2곳 미만의 업체가 참여하면 유찰된다. 같은 조건으로 2번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단독입찰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찰 후 수의계약' 현상은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조합이 조건을 개선하거나 건설사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몇 조합은 공사비를 올리고 입찰보증금을 내리는 등 조건을 완화했는데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는 1~2차 입찰까지 아무 곳도 응찰하지 않았고, 3차 입찰엔 포스코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도 1차 유찰 후 2번 째 입찰을 진행했는데, 현장설명회에 조차 GS건설 한 곳만 참여했다.

이쯤 되자, 조합과 시공사의 관계는 갑과 을이 뒤바뀌는 모양새다. 올 연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었던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조합도 입찰을 하겠다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막판에 응찰하지 않으면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두 업체는 울산의 미분양증가와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결국 조합은 두 업체가 요구한대로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시공사선정 수의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경쟁에 따른 출혈경쟁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각 업체의 영업팀끼리 수주현장을 점찍어 놓고 맞대결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담합으로 볼 수 있는 행위다.

문제는 경쟁이 사라지면 품질이 저하되고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단독 입찰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자재나 부품 공급 등 협력업체 선정과 자재비 등에서 마진율을 높이기 쉽다.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제안조건을 불리하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합 수뇌부와 결탁하기만 하면 부정행위도 손쉽게 저지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현장 중에는 사용기한이 지나 감가상각 돼 전산 상 폐기처리 된 자재와 장비를 사용하면서 비용은 새 제품으로 청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경우 실제 수익보다 더 큰 이문(利文)이 남게 된다. 회계 상으로도 잡히지 않는 이런 돈은 오너일가의 비자금이 되거나 부정청탁 등 옳지 못한 일에 쓰이게 된다.

건설업체들은 경쟁이 사라진 최근 1~3년 동안 역대 최고 실적을 계속 경신했다. 이들이 벌어들일 막대한 수익은 조합원과 서민의 고혈과 맞바꾼 것과 진배없다.

공정위원회 등 공공기관에선 구체적으로 이익이 오가거나 공유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제재에 손을 놓고 있다. 불법행위를 대놓고 하는 기업과 범죄자는 없다. 고발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兎)에 다름 아니다. 적극적인 인지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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