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변동 대응력 낮아, 공격적 M&A로 위기 돌파일진머티리얼즈 2.7조에 인수, 내년 2월 딜 클로징롯데건설 변수에 대규모 현금 지출···조단위 유증도상무급 CFO, 올해 인사서 재무통 고위임원 발탁 관심
9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번주 중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통상 매년 11월 넷째 주 인사를 발표해 왔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롯데건설 유동성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돌연 사임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설득력을 높인다.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다.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과 함께 양대 축을 맡아왔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 18조1205억원을 기록하며 롯데쇼핑(15조5736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0% 성장한 1조5356억원을 달성하며 주당 8300원을 배당했다. 배당금 총액만 284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기세가 꺾였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원재료 부담은 높아졌고,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것이다. 고부가 소재인 첨단소재 분야보다는, 기초소재 분야에 집중하는 탓에 시황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더욱이 동종업계 대비 미래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었다.
롯데케미칼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신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동박 제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딜클로징(거래종결) 시점은 내년 2월이다. 3분기 말 별도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신용등급도 AA+(안정적)이어서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자금 위기가 닥쳐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대출 만기 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자 6000억여원을 투입했다. 또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해 추가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현금 중 50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쓸 계획이다.
유상증자는 사실상 현금 동원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용등평가사들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 4분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케미칼이 올해 인사에서 재무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재무라인이 두드러지지 못했었다. 신동빈·김교현·이영준·황진구 총 4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재무 전문가는 없다. 전무급 라인에도 화학과 법, 노사 관계 전공자만 있다. 화학군HQ(헤드쿼터) 최고재무전문가(CFO)이자 재무부문장을 맡고 있는 강종원 상무가 사실상 롯데케미칼 재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그룹은 물론, 오너3세 승계와도 직결돼 있는 핵심 계열사"라며 "대내외적 변수에 더해 업황 하락까지 맞물린 만큼,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를 발탁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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