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CATL 앞세운 中···글로벌 점유율 확대배터리 광물 리튬 쓰는 中···LFP 배터리 비중 ↑테슬라·벤츠·폭스바겐·리비안 등도 LFP 채택안정성·가격 경쟁력으로 비중 늘어···韓 긴장
중국 기업의 약진은 배터리 광물인 리튬과 원통형 배터리 영향이 크다. 주행거리 확대에 제약이 있었던 리튬형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니켈형 배터리보다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 각형, 파우치형과 달리 주목받지 못했던 원통형은 최근 전기차 기업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리튬·원통형 배터리'로 날개를 단 가운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이차전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까지 중국 CATL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35.3%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해 4.1% 늘었고 LG에너지솔루션 점유율은 7% 줄어든 13.8%에 그쳤다. 이밖에 중국 기업인 BYD, CALB, 궈시안(Guoxuan), 신왕다(sunwoda), EVE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률은 모두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1위 기업이다. 작년 9월까지 집계된 점유율은 30.1%로 CATL(18.9%)을 크게 따돌렸다. CATL이 내수 시장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던 셈이다. 다만 CATL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CATL 배터리 사용량은 27.4GWh로 전년 동기 대비 112.4%나 증가했다.
중국 기업의 가파른 성장세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율 증가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제조사는 니켈이 함유되지 않는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작년 상반기 LFP 배터리 사용량은 작년과 비교해 153% 증가한 67GWh(기가와트시)에 달했다. 반면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사용량은 134GWh로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은 LFP 배터리 사용량을 늘리는 추세다. 2020년 테슬라를 시작으로 2021년엔 독일 벤츠와 폭스바겐이 LFP 배터리 도입을 선언했다. 작년에는 현대차에 이어 미국의 리비안과 포드까지 채택하기로 했다.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 UBS는 2030년 15%에 머물 것으로 봤던 LFP 배터리 비율 전망을 40%로 상향 조정했다.
또 리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중국산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았는데 작년 4분기 CATL과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CATL은 지난해 BMW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테슬라-LG엔솔, BMW-삼성SDI의 밀월 관계에 CATL이 벽을 허물고 있는 셈이다.
LFP 배터리는 NCM보다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용으로 만들면 주행 거리 확보에 불리했다. 하지만 과충전·과방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낮아 안정성이 높고 제조원가가 싼 장점이 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LFP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1월14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톤당 581.5위안을 기록했다. 4개월 만에 120위안 이상 올랐으나 지난달 30일엔 474.5위안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8월23일(472.5위안) 이후 130일 만의 최저가다. 반면 니켈 가격은 톤당 3만달러 이상 올라 5월 가격을 다시 회복한 상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원자재 부담이 커진 것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니켈의 경우 11월 주요 니켈 산지인 뉴칼레도니아 니켈 광산 인근 댐에서의 폐기물 유출 사고가 나면서 해당 광산의 니켈 생산 차질이 우려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엔 니켈 최대 공급 국가인 인도네시아 동자바주에 위치한 스메루 화산이 폭발하면서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으로선 LFP 배터리의 수요처 확대와 가격 경쟁력으로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CATL의 유럽 시장 진출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CATL은 지난해 말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에서 제품 출하를 시작했고 헝가리에 유럽 2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독일 공장 고객사는 벤츠와 BMW이며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CATL이 내수 시장을 넘어 국내 기업 텃밭인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인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NCM 배터리는 화재 사건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대된 반면 LFP는 에너지 밀도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CATL 등은 모듈 단계를 없애면서 에너지 밀도를 보완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LFP는 NCM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체 시장 규모는 3대 7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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