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객관적 증거 불충분···피고 전원 무혐의"교보생명 "혐의 없다는 뜻 아니야···상고 예정"법적 분쟁 끝날 기미 안보여···IPO 지연 불가피교보생명 "FI, 분쟁 해결 위해 IPO 협조 해야"
◇교보생명, 2심서 FI측에 패소···"유감"=서울중앙고등법원(제1-1형사부)은 3일 2심 선고공판에서 검사 측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FI 측 임원 2명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한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 사이의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할 목적의 공모'와 '허위보고'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우선 재판부는 안진회계사들이 의뢰인인 어피너티의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는 등 '허위보고'를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선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 사이에 오간 대화들로는 (풋옵션 가격 산정이)안진회계사들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오로지 어피너티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의 허위 보고와 관련된 판단은 맞다"고 밝혔다.
풋옵션 가격 산정 결과에 대한 부문에서는 법규로 정한 사항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한국공인회계사 인증 업무 체계에 의하면 이 사건의 핵심인 가치평가는 별도로 정한 규정을 두지 않는 공인회계사의 비인증 업무에 해당한다"며 "또 금융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본 재판에서의 기업가치평가는 '사적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규정이나 감독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이 부정하게 풋옵션 가격 평가를 해주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 청탁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한 원심은 적절하다"며 "2심에서는 부정청탁에 따른 금품 수수에 관련한 22조 4항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2심판결에 대해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히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미 국제상사중재 판정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1만원에 주식을 매수해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이번 재판 결과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산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상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대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십수년째 지속되는 풋옵션 분쟁=이번 재판은 교보생명이 지난 2021년 4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할 목적의 공모가 있었다며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회계법인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분쟁의 시작은 지난 앞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약속된 IPO가 이행되지 않았다며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요구했다. 앞서 2012년 9월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로부터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할 당시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걸었던 것이다.
문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산출한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가격은 40만9912원인 반면 교보생명은 자사 주식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산정하면서 격화됐다. 양측은 의견차를 좁힐 수 없었고 국내 재판은 물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까지 풋옵션 가격에 관한 판단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깊어졌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은 IPO를 통한 자금 확보와 풋옵션 분쟁 해결을 시도했다. 신 회장은 FI가 풋옵션 권리 행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가격 자체 산정 후 협상 ▲IPO를 통한 자금 확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법정공방에 신창재 회장 '묘수' IPO 무기한 연기=신 회장 입장에서도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당시 1심에서 FI측 관계자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40만9912원이라는 풋옵션 가격에 정당성을 부여 받았는데, 이를 받아들일 경우 확보해야 할 자금은 2조원(교보생명 주식 약 33%)을 마련해야 했다.
이는 신 회장이 소유한 교보생명 주식 거의 전량을 매도해야 하는 수준이다. 현재 신 회장(33.78%)과 특수관계인(신경애 1.71%·신영애 1.41%)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6.91%다. 특히 신 회장이 주식을 판 자금으로 어피니티컨소시엄 지분인 24.01%를 가져온다고 해도, 결국 지분율(27.13%·특수관계인 포함)은 종전 대비 9.78%p 하락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타 자본의 적대적 M&A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교보생명은 지난 2021년 12월 교보생명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사법리스크 등을 이유로 IPO는 결국 좌초됐다. 당시 FI측 역시 "교보생명의 IPO 의지를 믿을 수 없다"며 "풋옵션을 빠르게 이행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재정비 과정을 거친 후 IPO를 재도전을 예고했지만 2심 마저 패소하면서 IPO는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 평가를 받은 후 적정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고 상호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어피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