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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家,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다 낼 수 있을까

산업 전기·전자 지배구조 2023|삼성②

삼성家,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다 낼 수 있을까

등록 2023.02.15 07:19

수정 2023.02.15 13:03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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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 마련 위해 삼성전자·SDS 지분 대량 매각4월 3차 상속세 납부···추가 지분 매각에 주목삼성전자·물산 활용한 주식담보대출 규모도 증가지분 매각·대출 없이 버틴 JY···방법 고수할까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별세 후 2년이 지났지만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여전히 상속세라는 숙제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는 계열사 지분은 매각에 나섰으며 주식을 담보로 한 금융권 대출도 갈수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으로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에 달한다.

버거운 12조원 상속세···삼성전자 주식도 판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이건희 선대회장으로 받은 상속재산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다.

삼성 오너일가는 올해 4월 세 번째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보유 주식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공탁하고 상속세를 5년 간 6차례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연부연납제도는 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을 피하고 다른 재원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家,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다 낼 수 있을까 기사의 사진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S 지분 일부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공탁한 상태다. 단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은 아직까지 한 건도 없다.

이 회장을 제외한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식 1994만1960주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6만8800원으로 총 1조3720억원어치다. 지분 처분으로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30%에서 1.96%로 감소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SDS 주식을 일부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각각 삼성SDS 지분 3.9%를 블록딜로 매각해 1900억원(총 38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후 이 이사장은 지난 2일에도 삼성SDS 주식 151만1584주를 처분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 이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1.95% 전량으로 2일 종가기준 약 1883억원에 해당한다.

이 이시장은 2021년 말에도 삼성생명 주식 2300억원어치를 매각해 지분율이 3.46%에서 1.73%로 줄었다.

늘어나는 주식담보대출···대출금액 2조 육박
삼성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은 1조9711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인물은 홍 전 관장이다. 홍 전 관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총 85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 사장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총 6500억원을 금융사로부터 빌렸다.

이 이사장은 기존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2440억원을 빌린데 이어 올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추가로 2271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이사장은 1월 말 하나증권에 삼성전자 주식 238만1519주를 맡기고 1000억원을 빌렸으며 이달 초에는 하나은행과 3건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이사장이 2월 새롭게 하나은행에 맡긴 삼성전자 주식은 총 146만3000주이며 이를 통해 471억원을 대출 받았다.

삼성家,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다 낼 수 있을까 기사의 사진

주식담보대출에 따른 이자율은 3%~6% 사이며 일부의 경우 올해 4월 만기가 돌아온다. 이들은 대부분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연장해온 만큼 이번에도 연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 오너일가의 추가 지분매각과 주식담보대출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에 따라 특별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정책으로 2023년까지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 4월 3차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지금까지 현금과 배당금, 신용대출로 상속세를 감당한 이 부회장이 주식담보대출에 나설지 주목된다. 심지어 이 부회장은 연봉이 '0원'으로 2017년부터 삼성전자에서 무보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가의 가장 큰 자산은 지분인 만큼 매각 없이 거액의 상속세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일수록 상속세 납부의 어려움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며 지속적인 지분 매각으로 향후 지분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면 삼성도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세 경영 포기···향후 승계방식은 여전히 '물음표'
삼성가의 5년에 걸친 상속세 납부가 마무리되면 향후 승계 방식에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하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베일에 쌓인 상태다.

실제로 현재의 상속세 구조가 유지되면 상속 때마다 막대한 상속세로 몫이 절반씩 줄어들어 4세 경영이 정상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이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경영 구조 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발렌베리가와 인연이 깊다.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당시 발렌베리가와 회동해 주목받았으며 이재용 회장도 2012년, 2019년 발렌베리가와 만남을 가졌다.

5대째 이어지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경영권을 맡기고 지주회사 인베스터AB를 통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점이 특징이다. 지주사 인베스터AB는 가문이 운영하는 3개 재단이 지배하며 수익의 80%를 투자로 환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 이는 1938년 발렌베리 가문이 정부로부터 차등의결권을 보장받는 대신 스웨덴 내 고용을 보장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약속하며 가능해진 구조다. 이에 현재 국내에서 삼성이 발렌베리그룹을 롤모델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홍 교수는 "이 회장이 4세 승계 포기 선언을 했지만 사실 현행 세법에 의하면 지배구조를 4세까지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삼성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 없이 현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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