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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0년치 일감 이미 확보···미래戰 장기 수요 확보는 과제

산업 중공업·방산 K-방산, 달라진 위상③

10년치 일감 이미 확보···미래戰 장기 수요 확보는 과제

등록 2023.03.02 07:29

수정 2023.03.02 18:03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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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빅4', 글로벌 4위 목표···1년 새 수주 잔고 '대폭' 증가IDEX 2023에서 신기술 공개···미래전 적용 통합솔루션 선봬전문가 "다신 없을 좋은 기회···적극적인 정부 지원책 필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K-방산'의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최첨단 무기체계에 주력하는 방산 선진국들과 달리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에 따라 전차나 자주포와 같은 화력 위주 무기에 역량을 집중해 온 덕이다.

그동안 현대전을 첨단기술에 의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복합전인 전쟁 양상을 보이면서 병력, 탱크, 보병 전투차량, 보병 등 재래식 전력의 역할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여실이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방산 선진국에서 사실상 재래식 무기 생산을 중단한 상황에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시 재평가되고 있다"며 "중저가 재래식 무기 부문에서는 한국이 단연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일찌감치 향후 10년간 일감을 넉넉하게 확보한 상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481억원, 영업이익 21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보다 각각 39%, 132%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수주 잔고는 5조원에서 13조원까지 늘어났다. 향후 자회사로 편입될 한화방산의 수주잔고가 더해지면 지난해 말 기준 총 수주잔고는 약 19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경우 디펜스 솔루션(방산) 부문 매출이 1조59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5조2749억원을 기록해 2021년(1조7033억원) 대비 무려 210% 급증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한 LIG넥스원의 수준잔고는 12조2651억원이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47.6% 증가한 수준이며 수주잔고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KAI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3.1% 늘어난 데 이어 수주 잔고 역시 24조6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에 이르렀다.

10년치 일감 이미 확보···미래戰 장기 수요 확보는 과제 기사의 사진

10년치 일감 두둑히 쌓은 K-방산···다음은 '미래전' 대비
지난해 준비된 재래식 무기 체계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수혜를 입은 K-방산은 이제 첨단 무기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전세계적인 군비 증가 기조에 맞춰 미래전에 대비한 장기적인 수요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 20~24일 닷새 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전시컨벤션센터(ADNEC)에서 열린 'UAE 국제방위산업전(IDEX) 2023'에 대거 참가해 신기술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화의 방산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방산)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미래 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통합 방위 솔루션을 선보였다.

최전선에서는 한화방산이 지대지 미사일을 개조해 만든 천검을 탑재한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가 작전을 수행한다. 후방 40km 안쪽 지역에서는 K9 자주포가 지상 작전을 맡는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초소형 SAR위성은 전장 상황을 탐지해 저궤도 통신위성과 지상망으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한화는 이번 전시회에서 이미 검증 받은 무기체계와 함께 초연결 기반의 첨단 방위 솔루션을 선보여, 현지 파트너와 협력 기회를 발굴하고 수출 기회를 찾아 대한민국 대표 방산 기업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KAI는 주력 항공기인 FA-50을 비롯해 KF-21, 소형무장헬기(LAH), 상륙공격헬기(MAH), 수송기, 수직 이착륙 무인기 등 미래 항공 전력을 선보였다. LIG넥스원 천궁-II(M-SAM)를 비롯해 신궁, 해궁 등을 선보인데 이어 미래전 구역에선 드론 탑재 공대지 유도탄과 소형 정찰 타격 드론, 안티 드론 체계 등을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현지 운용성을 고려해 중동 환경에 최적화된 다목적 무인차량, K2 전차 등 맞춤형 지상무기체계 제품군을 전시하며 미래 잠재적 수요에 대응하고 영업 활동에 나섰다. 사막색 다목적 무인차량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의 무인화 등 첨단 기술 도입 추세에 대응하고 관련 기술력을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세계 4강 목표 '정조준'···"정부 지원 절실"
K-방산을 향한 세계의 러브콜은 계속되면서 올해도 'K-방산'의 선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인 173억 달러를 갈아치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데다 전 세계적인 군비 경쟁 심화로 방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아직 폴란드와 2·3차 이행 계획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2차 계약은 1차 계약(K2 180대, K9 48문)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양국 업체들은 K2·K9 2차 이행계약 체결을 위한 컨소시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여기에 이달 KAI가 말레이시아와 '1조2000억원' 규모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추가 수출건이 터지면서 연초부터 기대의 불씨를 지피는 분위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에서 자국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폴란드뿐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와의 방산 수출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역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항시 존재하는 중동 무기 수입시장 내 한국의 포지션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방산수출 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국내 방산업계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며 "향후 락인(Lock-in)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지금 수출을 늘려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연구위원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사업 확대 △수출절충교역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장 연구위원은 "폴란드 수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지맞춤형으로 개량해 수출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전망이지만,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사업 예산이 10년 전 20억원 수준에서 현재 500억원까지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산 수출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예산은 수천억원대로 늘려 대기업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출 절충교역과 관련해서도 구매국들의 요구 강화, 자국부품 의무화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 하에 수출 절충교역 지원제도의 구체화, 범부처 방위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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