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등 급한데"···한국타이어, 조현범 리더십 공백 우려에 '당혹'

검찰, 조 회장 구속영장 청구···공정거래법 위반, 배임·횡령혐의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사익편취···3년 4개월 만에 재구속 위기

잔뜩 몸 사리는 한국타이어 "공식 입장 밝힐 단계는 아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였다. 검찰이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한국타이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구속여부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나서려던 한국타이어는 재차 터진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6일 오후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8일 오전 조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인 MKT(현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몰드를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공정거래법 위반)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외형상 매출이익률 25%(판매관리비 10%, 이윤 15%)를 반영했고, 제조원가도 실제 원가보다 과다 반영해 실제로는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하도록 가격 산정을 설계했다.

또 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한국프리시전웍스 자금 130억원 가량을 빌려준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삿돈 수십억원을 개인 집수리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했다는 혐의(횡령)도 있다.

한국타이어 인수된 후 영업익 '껑충'···오너일가는 배당금 챙겨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타이어의 한국프리시전웍스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인수하는 과정과 MKT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면밀히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1년 MKT홀딩스를 설립한 뒤 타이어몰드를 장기간 납품해온 한국프리시전웍스(당시 MKT)를 그룹에 편입시켰고, MKT홀딩스는 448억원을 차입했다. 이어 2014년 4월에는 MKT가 MKT홀딩스를 흡수합병해 MKT홀딩스의 기존 지분율은 유지되고 잔여차입금은 MKT가 가져갔다.

MKT홀딩스의 대주주는 50.1%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타이어이고, 조 회장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이 각각 29.9%, 20.0%씩 나눠 갖고 있다. 2010~2013년 연평균 13.8% 수준이었던 MKT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2017년 들어 32.5%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MKT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75억원, 324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MKT가 부당지원으로 거둬들인 이익이 배당을 통해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MTK홀딩스는 2016∼2017년 조 회장에게 65억원, 조 고문에게 43억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3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19년 11월 조 회장은 하청업체로부터 10년 동안 납품 대가로 약 6억원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조 회장은 2020년 3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검찰, 조사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 청구···"혐의 소명 자신감"
조 회장이 또 다시 구속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타이어는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27일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조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은 일반적인 민생사건보다 빠른 편"이라며 "범죄혐의에 대해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해석되며, 검찰이 처벌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조 회장에 대한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다만 계열사 부당거래 혐의는 지난해 불거진 이슈인 만큼, 리더십 공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조 회장이 구속된 상황도 아니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