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물적분할, 매각 또는 상장 노린 것"국민연금 설득해 20% 이상 지분 확보 목표29일 주주총회 개최···국민연금 결정 주목
DB하이텍은 지난해 9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대로 팹리스 사업부의 분사를 포기했으나 6개월 만에 다시 물적분할 결단을 내렸다.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3400여명이 모인 네이버 카페 '기업지배구조 혁신 주주연합'은 지난 7일 DB하이텍 물적분할 관련 화상회의를 열고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이 결국 모회사 주주들에게 피해라는 입장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주주연대 대표는 "물적분할을 하는 이유는 매각 또는 상장을 위한 준비"라며 "물적분할을 하고 나면 당장 상장하지 않더라도 프리IPO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유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향후 상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당분간 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단 물적분할의 문턱만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적분할 후 팹리스 사업은 사업가치가 아니라 지분가치로 평가 받게 되는데 지분가치는 50~70% 할인이 일어난다"면서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가치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을 발표하며 신설법인의 상장을 추진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단 공시를 통해 이 기간을 5년으로 명시했다. 사실상 장기적으로는 상장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이 단체활동에 나서는 만큼 향후 표대결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주주구성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17.84%, 국민연금이 8.34%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율은 75.15%다.
DB하이텍 특수관계자 지분이 20% 미만인 만큼 향후 국민연금의 결정이 물적분할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소액주주 측은 국민연금을 포함해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고문 및 자문변호사로 국회의원 출신의 김용남 법무법인 일호 대표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운영진, 자원봉사자, 홍보 등 조직도 갖춘 상태다.
이상목 대표는 "지난해 물적분할에 반대해 소액주주들 표를 모을 당시 빠르게 4.99%까지 모였다"면서 "홍보가 잘 이뤄지면 소액주주 지분을 10% 이상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는 물적분할 반대 외에도 주당 2417원의 배당안과 함께 감사위원으로 한승엽 사외이사를 추천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됐다.
DB하이텍 팹리스 사업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는 오는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매수예정가격은 4만6480원이며 DB하이텍은 주식매수청구기간이 종료하는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단 DB하이텍은 청구금액이 1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분할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DB하이텍이 주력 사업인 파운드리를 남기고 팹리스 사업 분사에 나선 점과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운 것이 소액주주들의 반대표를 저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과 함께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3월 8일부터 9월 7일까지다.
파운드리 사업이 팹리스 사업을 병행할 경우 고객사와 이해 상충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분사에 힘을 실어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설계를 분리해 대형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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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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