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찬진 원장의 '빅 마우스', 열정과 월권은 한 끗 차이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찬진 원장의 '빅 마우스', 열정과 월권은 한 끗 차이

등록 2026.07.01 14:36

문성주

  기자

reporter

금융감독원장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법령 개정안도, 금융위원회 의결도 아니지만 금융권은 금감원장의 한마디를 사실상 정책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검사와 제재 권한을 가진 기관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금융사들은 그저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행보가 그렇다. 이 원장은 지난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고, 이후 자산운용사 대표들을 불러 관련 안전장치와 소비자 보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과열, 금융지주 지배구조, 대기업 사내대출까지 발언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문제의식 자체를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사내대출이 DSR 규제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 필요성은 모두 논의할 만한 의제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이라는 명분도 가볍지 않다.

다만 명분이 곧 권한의 확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사내대출 논란만 봐도 그렇다. 이 원장은 공익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정작 금융위는 일반 기업의 복지제도까지 금융당국이 통제할 법적 근거와 명분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원장도 "금감원이 주도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단서보다 원장의 문제의식에 먼저 반응한다.

지배구조 개편도 비슷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승계 구조를 손보겠다는 방향은 이미 예고됐지만, 최종안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발표 시점과 수위에서 다른 메시지를 내면 금융권은 어느 쪽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기 어렵다. 정책 설계자와 감독 집행자의 목소리가 엇갈릴수록 시장은 법령보다 수장 발언을 먼저 읽게 된다.

이찬진 원장을 바라보면 문득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복현 전 원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상법개정안, 공매도 등을 놓고 엇박자를 드러냈다. 정통 관료인 금융위원장이 정책 라인을 지키는 사이, 검사 출신 금감원장은 시장과 금융사를 향해 훨씬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의 관계도 같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은 금융위원장 소관이고, 금감원장은 감독 집행을 책임진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더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금융위가 아니라 금감원장이라면, 조직도상 권한 구분은 종이 위 문장에 그칠 수 있다.

은행과 금융사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상품 출시, 대출 심사, 자산운용 전략, 지배구조 개편, 내부통제 기준까지 모두 금감원장의 발언을 의식하게 된다. 특히 고위험 상품이나 가계대출처럼 검사·감독 가능성이 맞물린 사안에서는 더 그렇다. 감독의 말이 곧 정책 신호가 되고, 정책 신호가 다시 영업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물론 금융사는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부동산 담보대출에 기대온 관행도 바뀌어야 하고, 자본시장 상품의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개혁이 지속되려면 누가 정책을 만들고, 누가 감독을 집행하며, 어떤 절차로 시장에 신호를 줄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금감원장의 존재감은 필요하다. 하지만 존재감이 금융위의 정책 권한을 압도하는 순간, 시장은 제도보다 사람을 보게 된다. 이복현 전 원장 때의 혼선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찬진 원장이 진짜 금융개혁을 말하려면 더 많이 말하는 것보다, 금융위와 역할을 나누고 시장이 예측 가능한 언어로 말하는 법부터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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