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편입·주주 설득···전방위적 노력 지속FI 주주들 '회사 가치 제고' 관점에선 전향적
자산운용사 편입 완료···금융지주사 포트폴리오 강화 노력
우선 교보생명은 이달 4일 파빌리온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고 대금 전액 납입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파빌리온자산운용과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금융위 대주주 변경 안건 승인 등 심사 절차를 완료한 것이다.
2009년 설립된 파빌리온자산운용은 바이아웃투자 등 운용사들의 전통적 투자영역부터 부동산, ESG와 같은 대체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운용사다. 부동산 투자 관련 영역에서 디벨로퍼로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교보생명에 편입된 뒤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강영욱 전 교보리얼코 대표를 초대 대표로 맞이한다. 향후 그룹 내 계열사와 운용 노하우 공유를 통해 펀드상품 개발 등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은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자산운용사 인수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 중 하나다. 즉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금융지주사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교보생명은 "관계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각종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해왔다"며 "이번 운용사 편입은 그 결실이고 앞으로 기존 생명보험 중심에서 다양한 비보험 영역으로의 사업 기반 확장 작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산운용업을 다각화하며 대체투자 시장에서의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분쟁 중인 주주 상대로 지주사 전환 찬성 설득 한창
교보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주주들의 동의 여부다. 현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FI(재무적투자자·어피너티컨소시엄 등)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24.01%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약속된 IPO(기업공개)가 이행되지 않았다며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2년 9월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로부터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할 당시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걸었던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산출한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가격은 40만9912원인 반면 교보생명은 자사 주식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산정하면서 격화됐다. 양측은 견해차를 좁힐 수 없었고 국내 재판은 물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까지 풋옵션 가격에 관한 판단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깊어졌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지난해 교보생명은 IPO를 통한 자금 확보로 FI와의 분쟁 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2대 주주인 어피너티와 분쟁 중이라는 이유로 교보생명 IPO를 승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교보생명은 앞선 갈등을 넘어 지주사 전환이 회사 가치는 물론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점을 주주에게 반드시 설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이사회 개최를 목표로 주주 설득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월 9일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 로드맵 보고를 위한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너티컨소시엄 출신 이철주 사외이사도 참석했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FI 주주들 역시 회사 가치 상승이라는 점에서 전향적으로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보고를 시작으로 6개월의 추가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인적 분할 이사회 결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후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인적분할 단계에서는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과 현금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 신설 금융지주사 신주를 교부할 계획이다. 이후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사 자회사로 편입시키 위해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다.
현재 교보생명 계열사는 상장사인 교보증권 1곳을 포함해 총 16곳이다. 비상장사로는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교보자산신탁, 교보문고 등이 있다. KCA손해사정, KCA서비스, 교보리얼코, 교보정보통신, 대체 자산운용사 파빌리온, 교보생명자산운용(미국), 교보생명자산운용(일본), 포트리스이노베이션, 제일종합관리서비스, 디플래닉스가 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명보험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운용 등을 넘어 다양한 비보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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