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을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100주년까지 '미래병원' 건립 박차, 과천·남양주 물망 임기 2년→4년, 바이오헬스·지역상생 전문병원으로 도약
고려대 역사상 처음으로 4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윤을식 제17대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겸 의료원장은 의료원의 강점인 '연구' 분야를 선도해 이 부분에서 국내 1위 자리에 올라서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28년까지 새로운 미래병원을 오픈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의료기관으로 퀀텀 점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래병원 건립 지역으로 경기도 남양주와 함께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로 조명받는 과천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만큼 산학협력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설지 기대를 모은다.
연구 중심 병원으로 차별화···'기술이전' 성과 1위
지난달 취임한 윤 의무부총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는 고려대의료원의 위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100주년을 5년 앞둔 시점에서 안암·구로·안산 등 3개 병원의 인프라 개선만으로는 변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국민들에게 새로운 보건의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제대로 된 미래병원을 건립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3개의 고려대의료원은 총 3500병상 규모를 목표로 감염병과 외과 수술 역량, 중증질환 시스템에 대한 병상을 추가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단일병원에서 발생하는 진료비 등으로 의료원 순위를 평가하다 보니 여타 대형병원에 비해 의료원의 가치는 저평가돼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서울아산병원은 단일병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약 3000병상을 가지고 있다.
윤 의무부총장의 목표는 인프라 확충으로 규모 면에서 국내 톱3병원으로 상승하는 한편, '세상에 없던 미래병원'을 구현해 의료계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의무부총장은 '연구' 측면에서 고려대 의과대학과 의료원을 국내 1위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대학병원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며 규모 면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라면서도 "병상 등 병원 인프라를 갑자기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3개 병원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단일병원 규모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연구' 쪽을 선두로 리드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버드, 예일, 존스홉킨스, 옥스퍼드 등 해외 의과대학 병원들도 각 1000베드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다. 수익의 절반 정도는 연구 기술이전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진료비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며 "이런 곳들이 세계 대학 평가에서 1‧2등을 한다. 환자 진료에만 몰입해서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밟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연구 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의 R&D 수주 및 기술이전 성과는 독보적이다. 이달만 해도 100억원의 기술이전 수익을 냈다. 1분기로 하면 130여억원의 실적을 냈다. 여타 국내 대학병원들이 보통 연 100억원의 기술이전 수익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의료원은 오랜 노력을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 등 미래 10대 의료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지원 시스템과 기술사업화 역량을 구축해왔다.
그는 "의료원은 향후 4년 간 1200억원을 연구장비와 인센티브에 투자하고 연구업적 평가 기준을 강화해 국내 1위, 세계 30위권에 진입할 것"이라며 "각 병원을 비롯해 의과대학과 메디사이언스파크, 청담 제2캠퍼스 등을 백신, 신약 개발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구로병원과 안암병원은 지난 9년간 보건복지부 연구 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왔으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것이란 게 윤 의무부총장의 설명이다.
또 의료원은 지난 2021년 10월 청담에 미래의학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고영캠퍼스를 설립했다. 동시에 정릉에는 감염병 연구기지로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오픈했다. 특히 메디사이언스 파크에는 바이오벤처가 입주가 완료됐으며 신약 및 의료기기 연구 등이 한창이다.
더불어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백신혁신센터'가 문을 열기 위해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백신개발을 위한 원천기술 연구,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등이 이뤄질 계획이다. 참고로 고려대의료원에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감염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있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 대책 수립 등에 적극 기여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정하는 서울홍릉강소특구에 추가 지정되면서 최첨단 헬스케어 융합 플랫폼이자 연구혁신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 병원 될까···과천‧남양주와 '4병원' 협의 나서
의료원은 연구 중심의 미래병원 구현을 위해 제4·5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물망에 오른 지역은 경기도 과천과 남양주로, 현재 지자체와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원은 초기 단계부터 지자체와의 공동협의체 구성을 통해 도시개발계획 및 인프라, 관련 규제, 파급효과 등을 면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과천 지역은 인천 송도와 함께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로 부상 중인 지역이다. 최근 JW중외제약, 안국약품, 광동제약, 휴온스 등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과천에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거나 R&D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고려대의료원이 이 지역에 4 병원을 건립할 시 연구 부문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의무부총장은 "산학연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기술 산업화에 도전하면 치료법과 약품,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져 한 질병에 대한 환자군 전체가 혜택을 누리게 된다"며 "그러면 고용 창출 및 유관 산업 활성화 등 사회경제적으로 헤아릴 수 없이 큰 선순환적 생태계가 조성되게 된다. 이것이 산학협력을 통해 의학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료기관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천과 남양주가 제4·5 병원건립 지역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세상에 없던 스마트병원'과 '지역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상생의료기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제4병원을 준비해온 의료원은 도시개발 및 주변 인프라 구축에 열쇠를 쥐고 있는 지자체와 '그라운드제로' 단계부터 함께해 스마트병원 구현으로 지역 공동체와 의료체계에 기여하는 상생 의료기관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원이 구상 중인 미래병원은 단순 치료영역뿐만 아니라 예방부터 회복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그 안에는 모든 인프라와 기술이 집약돼 있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프로세스, 자율주행 침대와 휠체어, 감염 위험을 줄인 병동, 로봇과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제 등의 활용을 극대화한 미래 의학의 메카다.
윤 의무부총장은 "사회 친화적이고 지역과 상생하는 의료원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급성기, 재활 회복기, 요양병원 등 예방부터 치료, 재활까지 품을 수 있는 병원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IT 혁신 의료기술을 통해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시스템을 구현하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병원을 만들어 진정한 환자 중심의 초연결, 초협진, 초개인화 진료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수 인력양성‧확보에 전력···'의사과학자' 지원 강화
윤 의무부총장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우수 인적자원 확보와 관리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10년 내 연간 3, 40명의 교원을 임용하고 우수 인력을 영입하고 관리, 운영하는 인재 관리 전문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혁신 의학 연구를 이끌어갈 기초 및 임상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교원들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의료원은 대학원 장학금 지원을 대폭 늘렸다. 2017년 신설된 '선도 의사과학자 육성장학금'은 고려대의료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나 임상강사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의학과에 진학하면 입학금과 등록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료원은 지난해 2학기부터 장학금 비율을 대폭 늘려 입학금의 50%, 등록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고의 지원율로, 이처럼 높은 금액을 지원하는 의료기관은 고려대의료원이 유일하다.
수혜 대상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전공의와 임상강사만 받았지만 현재는 의료원 산하 병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 임상강사, 임상교원(임상조교수, 임상부교수, 임상교수, 임상조교수대우)이라면 누구나 별도의 신청 없이 수혜할 수 있다.
의사과학자 지원도 강화한다. 의사과학자는 최근 정부가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위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확충 계획을 밝힐 정도로 제약바이오 혁신기술 개발 분야의 핵심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윤 의무부총장은 "의사 수 부족으로 전공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의사과학자 양성이 어려운 환경이다. 필수진료과는 의사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라면서도 "파트타임제를 본격화해서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며 "현재 군의관만 복무기간이 40개월인데, 머리가 제일 잘 돌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군 복무 대체 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대상 인원도 늘리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포션을 많이 주려고 한다"라며 "앞으로 의료원은 혁신 의학 연구를 이끌어갈 기초 및 임상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의무부총장은 유방 재건, 림프부종, 지방성형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로봇 유방 재건 성형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발전시킨 명의로 손꼽힌다. 최근까지 안암병원장을 맡으며 탁월한 업무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코로나 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보건 의료체계와 방역시스템 고도화에도 앞장섰을 뿐 아니라 초 협진 진료시스템 고도화, 환자 중심의 인프라 확충 등 병원을 한 단계 도약시키며 대내외 발전에 앞장섰다.
그는 진료뿐만 아니라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의료계 리더로서 활동 중이다.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학술이사, 유방성형연구회 회장 등 왕성한 학회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최근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회장을 맡아 전국 54개 사립대학병원을 대표해 의료계의 발전과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임기는 2023년 3월 1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 4년이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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