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차·내연기관 장점 모두 품은 '만능 SUV'···BMW X5 50e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전기차·내연기관 장점 모두 품은 '만능 SUV'···BMW X5 50e

등록 2026.08.08 07:07

권지용

  기자

전비 5km/kWh, 전기 모드로 100km 넘게 달려도심 주행부터 장거리 드라이브까지 모두 만족실 연비와 운전 재미 모두 챙긴 준대형 프리미엄 SUV

좋은 요리는 재료가 많다고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재료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한 접시에 담아내느냐가 더 중요하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비슷합니다. 전기차의 정숙함과 내연기관의 장거리 주행 능력은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쪽이 아쉬워지는 경우도 많았고요. BMW X5 x드라이브50e는 그 어려운 조합을 생각보다 꽤 근사하게 완성했습니다.

BMW X5 50e x드라이브. 사진=권지용 기자BMW X5 50e x드라이브. 사진=권지용 기자

도심의 빌딩 숲을 빠져나오는 동안 차 안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습니다. 신호에 걸려 멈춰 서 있으면 작동이 멈춘 건 아닌가 싶을 만큼 정막감이 감돌면서도, 가속 페달을 살짝 밟자 2.5톤이 넘는 차체는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가볍게 앞으로 미끄러졌습니다. 소음도, 진동도, 엔진이 깨어나는 기척도 없습니다. 딱 전기차를 탈 때 느끼는 감각입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분위기가 단번에 달라집니다. 보닛 아래 잠들어 있던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조용히 미끄러지던 차는 순식간에 BMW 특유의 스포츠 SUV로 얼굴을 바꿉니다. 시트가 등을 밀어붙이는 가속감도 여전하고, 차체는 묵직하게 노면을 움켜쥡니다. 평소에는 점잖은 인물이 결정적인 순간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전기의 부드러움과 내연기관의 폭발력이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BMW X5 50e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BMW X5 50e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제가 가장 궁금했던 요소는 전기 주행거리였습니다. 요즘 PHEV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막상 타보면 전기로 얼마 못 가 엔진이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전기를 찾아가면서까지 탈 이유가 있을까 싶은 차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가혹한 조건을 만들어 봤습니다. 성인 세 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한여름 30도를 웃도는 날씨, 에어컨은 23도로 맞춘 채 도심과 외곽을 오갔습니다.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뒤(90km를 달릴 수 있다고 나오더군요) 계기판 전기 주행 가능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천천히 줄어들었고, 115km를 달린 뒤에야 엔진이 조용히 개입했습니다. 한 번 더 완충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도로 환경이 쾌적했던 구간에서는 126km를 달린 뒤에야 엔진이 깨어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BMW가 밝힌 공식 전기 주행거리(77km)를 훌쩍 넘어서는 결과였습니다.

이 정도면 일상에서는 사실상 전기차처럼 운용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수도권 왕복 출퇴근은 물론 가까운 외곽 나들이 정도까지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전비도 꾸준히 5km/kWh 안팎을 기록했고,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조금 적극적으로 달렸을 때도 4.6km/kWh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BMW X5 50e. 사진=권지용 기자BMW X5 50e. 사진=권지용 기자

그렇다면 반대로 배터리가 모두 떨어지면 어떨까요. 사실 많은 분들이 PHEV를 망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 다니는데 충전까지 안 되어 있다면 결국 기름만 더 먹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죠. 저 역시 그 부분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터리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200km를 달렸습니다.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는 도심과 신호가 적당히 이어지는 일반도로, 그리고 고속도로를 골고루 섞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최종 연비는 13.6km/L. 2.5톤이 넘는 대형 프리미엄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준수한 성적표입니다.

물론 BMW가 마법을 부린 것은 아닙니다. 회생제동으로 조금씩 전기를 모으고, 모터와 엔진을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꾸준히 일한 결과입니다. 충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내연기관 SUV 이상의 부담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충전을 못 해도 괜찮다"는 여유가 생기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꽉 막히는 시내에서 엔진이 불필요하게 도는 경우도 많이 줄어들어 심리적 안정감도 챙길 수 있습니다.

BMW X5 50e 2열. 사진=권지용 기자BMW X5 50e 2열. 사진=권지용 기자

효율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주행감각입니다. BMW는 오래전부터 '달리는 SUV'를 잘 만드는 브랜드였습니다. X5 역시 그 계보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기본으로 들어가는 에어 서스펜션은 잔진동을 부드럽게 걸러내면서도, 독일차 특유의 단단한 차체 감각을 그대로 남겨둡니다. 노면이 좋지 않은 도심에서는 편안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바닥으로 낮게 깔리는 듯한 안정감이 살아납니다.

특히 코너에서 움직임이 인상적입니다. 굽은 길에서 스티어링을 돌리면 차체가 예상보다 훨씬 가볍게 방향을 바꾸고, 무게중심도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춘 효과도 있겠지만, BMW 특유의 섀시 만듦새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왜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운전 재미는 BMW"를 이야기하는지 새삼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BMW X5 50e 트렁크. 사진=권지용 기자BMW X5 50e 트렁크. 사진=권지용 기자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통풍시트입니다. 시트 자체의 착좌감은 만족스러웠지만 통풍 기능을 켜는 순간 팬 소음이 생각보다 크게 들립니다. 전기 모드에서는 실내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오히려 이 소음이 더 도드라집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프리미엄 SUV라는 가격대를 생각하면 조금 더 신경 썼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2열입니다. X5는 가족과 함께 타는 패밀리 SUV로도 많이 선택되는 모델인데, 정작 2열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은 없습니다. 기본 각도가 불편한 수준은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에서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었다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을 듯합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오래 탈수록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BMW X5 50e. 사진=권지용 기자BMW X5 50e. 사진=권지용 기자

며칠 동안 X5 50e를 타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PHEV도 여기까지 왔구나"였습니다. 예전처럼 전기 주행거리가 애매한 절충안이 아니라, 평일에는 전기차처럼 생활하고 주말에는 내연기관 SUV처럼 전국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자동차에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여기에 BMW다운 주행감각까지 더해졌으니 선택의 이유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가기에는 아직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순수 내연기관으로 돌아가기에는 유류비가 부담되는 시대입니다. X5 x드라이브50e는 그 간극을 가장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자동차였습니다. 전통과 전동화가 줄다리기 하는 과도기에는 잘 만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장 현실적인 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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