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럽 점유율 '뚝'···4년 만에 11.6% 하락중국 영향력 확대···"LFP 비중 높아질 가능성"격차 줄었으나···"배터리는 결국 품질이 좌우"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63.5%로 집계됐다. 2019년과 비교해 11.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11.8%에서 34.0%로 급증했다. 무협은 "IRA로 인해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의 유럽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우리 기업과 점유율 경쟁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배터리 제조사도 유럽 시장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스웨덴 노스볼트는 최근 독일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투자 금액이 6억유로(약 8750억원)가 될 것이라 밝혔다. 또 대만의 전고체 배터리 기업 프롤로지움은 프랑스 덩케르크에 52억유로(약 7조6000억원)를 투자해 초대형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전기차 판매 지역이며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IRA와 유사한 CRMA(핵심원자재법) 등 친환경 정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전기차 보급률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IRA 보조금 혜택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손을 잡고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으나 유럽 시장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영향력은 CATL로 제한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이 집계한 지난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48%), CATL(22%), 삼성SDI(14%), SK온(11%)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가 전체 95%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 기업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를 넘어서고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고부가 차량 위주에서 소형 또는 준중형 타입으로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저가의 LFP 배터리가 이전과 달리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자리를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대비 짧은 주행거리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양극재 특성상 화재 위험성이 낮고 생산 단가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글로벌 전기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이에 2020년 16%에 불과하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35%까지 증가했다.
반면 우리 기업은 아직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상용화하지 못했다. SK온은 지난 3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자동차용 LFP 배터리를 최초 공개했으나 이는 시제품에 불과했다.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은 양산 시점을 오는 2025년으로 설정했고 삼성SDI는 구체적인 양산 스케줄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 교수는 "중국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무리하게 제공하며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유럽 내 LFP 침투율이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배터리는 결국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LFP는 무게 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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