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CMA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인천~런던 슬롯 41% 반납 조건자국 보호 기조 속 시너지 반감 효과 우려···美·EU도 요구할 듯대한항공 "경쟁당국 승인결정, 시정조치 경쟁제한 우려 해소"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대한항공이 가진 인천~런던 노선 슬롯 중 최대 주 7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주는 조건으로 영국 시장경쟁청(CMA)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런던 히스로 공항에 주당 각각 10개와 7개의 슬롯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41%를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경쟁당국의 승인결정에 대해 자사가 제출한 시정조치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미국, EU, 일본의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영국의 승인으로 합병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보다 깐깐해진 각 경쟁당국의 심사 절차 탓에 양사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공존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합병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국 경쟁당국의 관문을 넘을 때마다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조건으로 내건 운수권·슬롯 반납 조치의 대부분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업계에서는 매출 18조원의 글로벌 10위권 항공사의 재탄생을 기대가 높았다. 통합항공사는 중복 노선의 효율화와 연결편 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신규 고용 창출과 외화 유입 증가, 수출기업의 물류 경쟁력 강화도 촉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현재 엔데믹 전환 과정에서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뚜렷해지자 운수권과 슬롯 제한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은 한층 요원해졌다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필수 신고 국가 중 처음으로 합병을 승인한 중국 경쟁당국도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9개 노선에 대해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슬롯을 내놓겠다는 조건 하에 두 회사의 결합에 찬성했다.
해외 경쟁당국뿐 아니라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조차도 지난해 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면서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전체 171개 노선 중 26개에 대해 운수권이나 슬롯 반납을 의무화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시장에서는 남아있는 EU와 미국 경쟁당국 심사에서도 독과점 해소에 따른 운수권·슬롯 반납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EU는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시 한국과 유럽경제지역(EEA) 사이 4개 노선에 대한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 약화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 2단계 심사에 돌입했다.
특히 양사는 미국과 유럽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조건에 따라 매출 직격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선 매출 비중은 미주 29%, 19%이며, 유럽 19%, 15%로 높은 수준이다 .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결합 승인 여부 핵심은 슬롯·운수권 배분에 따른 상호간의 이혜관계 조정"이라며 "중복 노선 절차에 따라 대한항공은 약 140개 가량의 슬롯/운수권을 이전할 것으로 추정되며, 합병 성사 시 양사가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미주 노선 경쟁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독점으로 인한 가격 인상 우려 '↑'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적기 선택권 줄어들면서 가격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두 개의 국적 항공사가 있을 때보다 항공편 총량이 줄어들게 돼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취항하는 항공사가 생기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경쟁을 통해 운임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나, 항공업의 특성상 국적 항공사에 대한 서비스 선호도 등이 크게 작용해 소비자가 대응하기 힘든 구조다. 최근 마일리지 논란에 이어 소비자의 불만 커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히 일각서는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마일리지 개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 힘을 싣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 축소와 매출 확대가 과제로 남은 탓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지표 개선을 위해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손실 누적으로 지난해 부채비율이 3분기 기준 무려 '1만298%'를 돌파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 통합을 준비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큰 만큼 현금 확보에 더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장 화물 사업 축소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해야하는 처지에 놓이자 마일리지 개편으로 부채비율을 줄이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사들은 영업상의 이유로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규모는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 마일리지는 회계 장부에 부채(이연수익)로 인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약 2조780억원이다. 2010년 말(1조739억원)과 비교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원성을 샀던 가장 큰 부분은 장거리 노선에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단거리는 저비용항공사(LCC)라는 대안이 있는 반면, 장거리는 대한항공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노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양사 통합 이후 국적기를 이용한 하늘길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직접적인 가격 인상 외에도 이번 마일리지 개편 등 가격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반납 아냐···기본적인 시정조치"
다만 메가 캐리어 출범을 둘러싼 현재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슬롯 반납은 새로 진입하는 항공사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한 통상적인 조치로서, 우려할 만한 국가 경쟁력 약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무조건적인 슬롯 반납이나 시너지 없는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쟁 당국과의 충분한 의견 조율 끝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슬롯과 운수권을 당장 반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양사 합병 이후 해당 노선에 진입하려는 새로운 항공사가 나타나면 그때 약속한 이·착륙 횟수를 넘겨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해당 노선 취항을 원하는 항공사가 없을 경우 통합 항공사가 계속해서 운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버진애틀랜틱항공이 슬롯에 들어올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자국민 이용률이 높은 장거리 노선이라고 보기 어려워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노선의 경우 한국에서는 인기가 높은 노선이지만 유럽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유럽서 귀국 노선의 경우 인·아웃 다구간 여정에 대한 수요가 높아 외항사들이 인천 노선 운항 선호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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