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 육박···사상 최대 실적거래대금 둔화·증권업 피크아웃 우려에 부담 커져하반기 관건은 WM·IB·발행어음·IMA 균형 성장 유지
한국투자증권이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를 앞세워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기록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거래대금 감소와 증권업 피크아웃 우려가 커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야 하는 한국투자증권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6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연결 기준) 2조1701억원, 당기순이익 1조73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9.1%, 68.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금융지주도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연결 기준) 컨센서스는 8346억원이었다. 실제 순이익은 9959억원으로 컨센서스를 1613억원(19.3%) 웃돌았다. 상반기 순이익도 1조91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6%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호실적은 특정 부문이 아닌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반기 수익 비중은 브로커리지 41.2%, 자산관리(WM) 15.8%, 기업금융(IB) 16.0%, 운용 27.0%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리테일 채널 경쟁력이 IB 딜 발굴로 이어지고 운용 역량이 다시 금융상품 판매 확대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 특정 시장 상황에 의존하지 않는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부문별 성장세도 뚜렷했다. 증시 거래가 급증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직전 분기보다 44.2% 증가했다. AI 기반 투자정보를 강화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한국투자'와 코인원, 인베스팅닷컴, 네이버페이 등 제휴 채널 확대가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WM 부문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수익증권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수료 수익이 106.8% 늘었다.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105조원으로 확대됐고 상반기에만 월평균 3조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퇴직연금에서도 5조7000억원을 끌어모으며 업계 전체 순유입액의 16.9%를 차지했다. IB 역시 ECM과 국내채권 인수 시장에서 수수료 수익 1위를 유지하며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반도체 조정에 식어가는 투자심리···거래도 둔화
다만 사상 최대 실적이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으로 시장 기대치가 높아진 가운데 하반기에는 거래대금 감소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등으로 업황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파른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심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았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6200선까지 밀려났다.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거래대금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일평균 거래대금은 99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7.6% 급감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기본예탁금 3000만원 규제 영향으로 8월에는 거래대금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규제 시행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회전율은 기존 평균 160%에서 52.5%로 떨어졌고 거래대금도 평균 11조7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73% 감소했다"며 "이를 반영하면 전체 ETF 거래대금은 약 25%,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5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로커리지 의존도 낮출 지속 성장 전략 필요
증권가는 거래대금 증가세 둔화를 증권업 실적 피크아웃의 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 상승장에서도 거래대금이 먼저 둔화한 뒤 증권주와 지수가 차례로 고점을 형성하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 시가총액이 크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한 거래대금만으로 시장의 열기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월간 거래대금의 연환산 회전율은 1월 404%를 기록한 이후 더 이상 최고치를 경신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거래대금 회전율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열성적인 거래자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거래대금 증가만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가 실적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거래대금에 의존하는 증권사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자본 활용 능력을 갖춘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거래대금 증가가 대부분의 증권사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하반기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투자증권도 브로커리지 비중을 얼마나 낮추고 WM과 IB, 발행어음, IMA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가느냐가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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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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