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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기차 시대에 정년 연장하라는 현대차 노조···역대급 '하투' 조짐

산업 자동차

전기차 시대에 정년 연장하라는 현대차 노조···역대급 '하투' 조짐

등록 2023.05.31 16:35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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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기본급 인상 등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핵심 쟁점 '정년 연장'···5년 연속 무분규 어려울 수도전문가 "미래차 시대, 고용 규모보다 인력 재배치 중요"

전기차 시대에 정년 연장하라는 현대차 노조···역대급 '하투' 조짐 기사의 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본격적인 '하투(夏鬪)'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한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소모적인 노사갈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래차 산업 고용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근본적인 질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확정한 2023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요구안에는 ▲물가 인상을 반영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산업전환에 따른 조합원 고용안정 요구를 별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 설비투자 및 생산 ▲직무교육, 배치전환 등 기준 마련 ▲신공장 양산 배터리팩 및 PE 관련 부품 사내 전개 요구 등이다.

이와 더불어 정년퇴직 및 자연감소에 따른 신규인원 충원과 국민연금 수령과 연동한 정년연장도 요구안의 핵심 내용이다. 기존 만 60세였던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과 연동해 64세로 늘려달라는 요구다. 정년 연장은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이번 임단협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지부가 소속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6일 총파업 지침 1호를 발표한 금속노조는 31일 주·야 각 4시간 이상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 ▲주 69시간제 등 노동개악 폐기 ▲노동 탄압 중단 ▲물가 상승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이 총파업의 주요 요구안이다.

금속노조에는 현대차지부를 비롯해 기아차지부, 쌍용차(KG모빌리티)지부, 한국지엠지부, 만도지부 등 자동차업계 주요 노동조합들이 소속돼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4만40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소속된 현대차지부지만 이번 총파업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다수의 금속노조 산하 노조들이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파업을 강행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 7월 총궐기 투쟁 선봉···"파업도 불사"
5월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7월 총궐기 투쟁에서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13일쯤 단체교섭 상견례를 거쳐 21일엔 단체교섭 출정식을 열 예정이다. 노동계는 통상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진행되는 5~8월에 총파업 등 투쟁을 진행해왔다.

다만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다소 무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해 배기장치, 연료탱크 등이 필요없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 대비 40% 가량 줄고, 작업인력도 2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부품 수는 3만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1만8900개로 줄어든다. 따라서 내연기관차를 만들 때 필요한 생산직 인력이 100명이라면 전기차는 70~80명으로 충분하다. 전기차는 생산공정이 단순화되는 만큼 작업인력의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산직의 정년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자연적인 인력 감축 속도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반면 전기차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초 전기차 전용라인으로 전환한 현대차 1공장의 12라인은 인력은 3% 밖에 줄지 않았다. 각종 센서 및 편의사양 확대, 휠베이스 증가에 따른 내장 부품의 증가 등으로 작업인력 축소 폭이 제한된 결과다.

노동연구원은 "독일 폭스바겐이 2019년부터 2019년 사이 전기차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 조사한 결과 고용감소는 12% 수준으로 전망됐다"며 "이것도 전기차 자체보다는 자동화 또는 디지털화 등에 의한 프로세스 개선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생산되는 제품과 생산계획, 노동현장의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은 추상적인 통계적 시나리오는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파워트레인 부문을 제외하면 전기차로 인한 고용감소는 크지 않으며, 파워트레인 부문의 고용감소도 퇴직과 전환배치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미래차 시대 고용 수는 유지···HW→SW 역할 변화"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정년연장은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번 요구해왔지만 관철되지 않았다"며 "협상이 잘되면 5년 연속 무분규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사측에서 정년연장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게 집행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1년간 국내 생산되는 180만대 가운데 전기차는 30만대 정도로,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전기차 시대로 가는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정년연장 요구가 전동화 전환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울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울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에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경직된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고용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정년연장 등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보다 사람을 바꾸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자동차 산업의 고용이 일부 감소한 건 전기차 생산 확대보다 경기변동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며 "전기차 등 미래차 시대라고 해서 고용의 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인력의 역할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자동차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이지만 미래로 갈수록 서비스 측면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전기차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인력 재교육, 재배치 등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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