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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휘청이는 경기에 3연속 '동결'...韓기준금리 3.5% 굳어지나

금융 금융일반 상반기 결산 | 금융

휘청이는 경기에 3연속 '동결'...韓기준금리 3.5% 굳어지나

등록 2023.06.30 06:00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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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 3%대로 떨어지며 안정되는 모습한은, 인하 논의 '시기상조' 선그었지만시장선 연내 인하 전망 지속···美 통화정책 관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금통위는 6년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2023. 05. 25.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금통위는 6년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2023. 05. 25.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이 났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작해 지난해 두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10차례 인상으로 가파르게 올랐던 기준금리가 현 3.5% 수준에서 5개월째 유지 중이다. 한미 금리 역전차, 환율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올해 말까지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말쯤 피봇(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월부터 시작된 동결···배경엔 물가 안정‧경기 악화
한은은 지난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2월과 4월에 이은 3번 연속이다. 지난해엔 1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10월, 11월까지 총 일곱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7월과 10월에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올해 들어 한은 금통위의 기류가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안정이다. 소비자 물가가 3%대로 내려온 데다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1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한은이 전망했던 경로를 따라가고 있어서다. 한은은 3월 이후 물가 상승률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까지 내려갔고 5월엔 이보다 더 내려간 3.3%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중(1월~5월 기준) 상승률은 4.2%로 지난해 하반기 5.6%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낮아졌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 속도가 더딘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물가는 지난 1월 4.1%에서 줄곧 4.0%를 유지하다가 5월이 돼서야 3.9%로 떨어졌다.

한은은 6~7월 소비자물가가 2%까지 떨어졌다가 연말에는 3%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달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을 통해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구매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과 같은 3.5%를 유지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부진 등 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간신히 면했다. 이는 민간소비 회복에 기반한 것으로 민간 소비가 침체되면 다시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경상수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달러를 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개월 연속 적자는 피했지만 흑자 규모는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최소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44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 2006년 49억5000만달러 적자 이후 17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3월 역성장을 피한 것은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댄 것으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이어갔다.

이런 영향으로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월) 1.6%에서 1.4%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3%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한국은행은 지난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은 "기준금리 인상 끝난 것 아니다" 강조에도 시장선 연내 인하 기대감↑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최종금리 수준은 3.75%로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하기 전까지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물가가 안정되는 상황이라면 기준금리 인상을 이끄는 요인은 한미금리차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일제히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8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에 참석해 "현재 통화 긴축의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상품과 주택 시장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 분야는 여전히 과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를 한 번 걸러 한 번씩 인상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연이은 회의에서 금리를 움직이는 방안을 고려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향후 2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인상과 동결을 차례로 반복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오는 7월과 9월 회의에서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7월 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현 1.75%포인트(p)에서 2%p로 벌어져 역대 최대 금리차를 기록하게 된다.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은의 통화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려한 대규모 외환유출은 없지만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환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며 관심은 시점이다. 박정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2% 부근에서 안정화된 후 10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며 "한은이 물가 안정을 확신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입장으로 인해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8월에서 10월로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침체와 둔화되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4분기 한은의 정책 피벗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준이 10월에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유지한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는 더 지연될 수 있고, 성장과 물가가 한은 전망을 크게 하회한다면 금리 인하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부연했다.

노무라는 10월과 11월 각각 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 연말께 3.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말에는 1.5%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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