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로 떨어져···'동결'에 무게근원물가 더딘 둔화세는 부담이지만 연말엔 3% 수렴할 듯미 연준 하반기 인상 가능성↑···환율·외환유출 자극 우려
한은은 4일 오전 본관 16층 회의실에서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했다.
김 부총재보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에 이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이후에는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기저효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2%대로 둔화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음 달까지 둔화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8월부터는 다시 3%대로 올라 연말에는 3% 안팎의 물가를 기록할 것이란 앞선 전망을 유지했다.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 둔화는 오는 13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만큼 물가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동결 기조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올해들어 1월(5.2%)을 제외하고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기준금리를 2월과 4월, 5월 3번 연속 동결했다.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열어뒀지만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할 명분이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근원물가가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하며 지난해 5월(3.4%)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한은의 예상수준 보다는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3.8%, 하반기 2.9%를 기록해 연간 3.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발표된 상반기 근원물가 상승률은 3.9%다.
김 부총재보는 "앞으로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 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관건이다. 미 연준이 하반기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한미금리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p 수준까지 벌어졌다. 만일 한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연준이 두 차례 금리를 올릴 땐 양국 간 금리 격차는 2.25%p까지 확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양국 간 금리 격차에 따른 추격 인상에 대해 "한미 금리 차의 적정수준은 없고 기계적 대응은 안한다"며 환율과 외환유출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힌 바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는 동결 결정을 내리겠지만 여전히 1회의 추가 인상이 열려있음을 강조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인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가정보다 물가 하방 압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고 주된 물가 상방 압력이라고 꼽혔던 전기요금은 3분기 동결됐으며, 정치권에서는 하반기 전기, 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면서 "굳이 경기와 PF 부담을 지고 미국을 따라 인상하지 않아도 되는, 물가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알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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