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더뎌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 불안도美 추가 인상 가능성···금리차 예의주시
12일 이 총재는 제73회 창립 기념사에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 이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나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모두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열어두고 있다"며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이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자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 위한 뜻으로 읽힌다. 최근까지는 한은의 예상대로 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소비자물가 안정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은행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자 금융 불안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가계대출 둔화세가 뚜렷했지만 최근 1~2개월 사이 주택시장 회복 움직임에 따라 가계대출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가계대출을 보면 전달 대비 4조2000억원 늘었다. 주택구입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전세자금 대출 둔화세가 약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4조3000억원)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는 전달 증가 폭인 2조3000억원 보다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증가 폭은 2021년 10월(4조7000억원)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총재 역시 이날 "주택시장의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 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장기적 시계에서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정책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최근 호주중앙은행(RBA)과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이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서자 연준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여전히 동결 전망이 더 큰 힘을 얻고 있지만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베이비스텝)을 결정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2.0%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한은은 금리차에 대한 우려를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유례없는 금리차로부터 발생할 자금 유출, 환율 자극 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시그널 속에서도 시장에서는 연내 인하가 아니라면 상당 기간 동결이 지속될 것을 보고 있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한은은 연내 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치인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국내외 조사기관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과 4월 각각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캐나다 중앙은행(BOC)과 호주 중앙은행(RBA)이 6월 들어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며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고 물가 목표에 대한 확신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최종금리는 3.50%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물가 둔화 속도와 고용시장, 경제 체력 등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각국의 경제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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