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실적 반등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컸던 것과 달리, 중국 내 화장품 시장의 회복세가 더뎠고 높은 기저 부담으로 국내 면세 산업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여기에 '궈차오(애국 소비주의)' 현상 심화까지 나날이 뚜렷해지자 뷰티업계는 올해도 중국은 어려울 것 같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LG생활건강은 '후' 등 럭셔리 브랜드이자 주력 제품을 등에 업고 중국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한때는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을 중국에서 거둬들일 만큼 그 위상이 대단하기도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K뷰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중국 현지에서 K뷰티의 인기가 완전히 식어버린 것.
당시 증권가에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완화와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 등 시장이 회복될 경우 국내 뷰티업계 역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년간 중국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이 자국 브랜드로 불리는 'C뷰티'가 매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킨케어 시장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C뷰티는 4개로 나타났다. 중국 뷰티 브랜드 매출 규모도 2018년 26억달러에서 지난해 46억달러로 77% 증가했다.
결국 K뷰티는 그간 장악해 왔던 중국 럭셔리 시장에서 C뷰티와의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이 뒤집히게 됐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소비 형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변화하고 있었지만 국내 뷰티업계는 여기에 맞는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궈차오 열풍이 지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제 중국 소비패턴은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K뷰티는 뚜렷한 전략보다는 그저 럭셔리에 초점을 맞춘 이미지 구축에만 집중해 왔다.
뷰티업계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공략을 위해 브랜드 리브랜딩과 신규 모델 기용, 새로운 라인업 추가 등 여러 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도 궈차오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할 때다. 무작정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 또는 저가 브랜드 등을 앞세워 현지를 공략하는 방식은 이미 너무나도 낡았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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