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적인 시장 반응···고개 든 무산설에 제3자 매각설까지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 물밑작업···경쟁당국 설득 고비조원태 "무엇이든 포기하겠다"···여객에 화물까지 양보하나
2020년 11월 시작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다. 연이은 제동에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다보니 일각에서는 무산설에 이어 '제3자 매각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제3자 매각설' 진화에 진땀···회의적인 시장 반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주도한 KDB산업은행은 '제3자 매각설' 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달 초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칼 지분 매각 방안을 포함해 플랜B(대안)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단호한 의견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 주체자인 대한항공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무엇을 포기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며 일부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기업결합을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합병을 추진하는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확고한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건만, 최근 시장의 반응이 회의적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기업결합 심사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경쟁력 강화를 견제하는 한편 최대한 자국 항공사에게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며 "물류대란을 겪은 이후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지자 화물 영업 통합에도 민감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EU, 일본의 승인만 남겨놨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해외 경쟁당국이 합병에 대해 더욱 깐깐하게 뜯어보기 시작하면서 결정이 차일피일 밀리자 시장에서는 승인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1·2위인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병이 EU 경쟁당국의 최종 불승인 결정으로 무산된 바 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 매각을 통해 8개월 만에 국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 한화그룹으로 인수됐다.
"완주 향한 강력한 의지"···물밑작업 분주
이와 달리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대목도 있다. 이달로 예정됐던 EU 심사기한이 최대 2달 가까이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이 복잡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는 대한항공이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집행위원회(EC)에 먼저 심사기한 연장을 요청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양측이 시정조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달리 낙관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올 3분기 중 합병을 기대한다"며 "(승인을) 안 해줄 것이라면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것 같지 않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대한항공은 현재 해외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독과점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여객은 물론 알짜인 화물사업까지 포함해 국내 항공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물밑작업에 나섰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요 사업인 화물을 포기할 만큼 기업결합에 대한 대한항공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과거 사례 살펴보니···대한항공의 선택에 달렸다?
결국 관건은 대한항공이 제시할 시정안이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더 많은 운수권과 슬롯, 알짜사업인 화물까지 반납해야 한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는 가운데 과연 어디까지 출혈을 감내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우려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난항을 겪었던 과거 다른 항공사들의 합병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 항공사인 에어트랜샛의 기업결합 당시 EC는 두 항공사가 보유한 유럽~캐나다 중복 노선만 33개에 대해 합병 이후 독과점을 낮출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에어캐나다는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요구대로라면 회사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시정 조치를 거부했고 결국 2021년 기업결합을 스스로 포기했다.
반면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네덜란드 항공사 KLM(2004년)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스위스항공(2005년)△이탈리아 항공사 알리탈리아·아랍에미리트 항공사 에티하드(2014년) 등은 모두 EC가 제기한 경쟁제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데 동의한 덕분에 승인됐다.
합병이 좌초됐다가 끝내 설득에 성공한 희망적인 사례도 있다. 그리스 국영항공사인 올림픽항공과 에게항공의 합병은 2011년 불허 통보를 받았다가 2년 후인 2013년 승인받았다.
당초 EC는 "두 회사가 90% 이상을 통제하는 그리스 운송 시장에서 새 항공사의 진입이 가격 경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현실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올림픽항공이 에게항공에 인수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시장에 추가적으로 줄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는 이유에서 최종적으로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계속되는 슬롯 반납과 더불어 최근 화물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힘으로써 인수 의지는 여전히 크다는 것을 입증한 상태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지 않으면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또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많은 슬롯과 알짜 사업 철수가 예상되는 만큼 기대했던 시너지의 반감과 싸늘하게 변한 여론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경쟁 당국의 과도한 시정조치 요구에 대해 합리적 대안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