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보험사', 우리는 '증권사' 인수 사활KB는 '非금융' 영역에서도 M&A 기회 모색"시장 불확실성 지속···성과보다 실리 챙겨야"
특히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증권·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영역은 물론, 금융업이 아닌 이른바 '비금융'의 영역에서도 기회를 찾는다는 복안이어서 각 기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전통적으로 M&A는 새 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사에 핵심 과제로 담는 단골 메뉴다. CEO로서 조직원에게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반드시 외형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정부가 다시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는 모양새라, 다른 영역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이들 경영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금융 포토폴리오 굳건한 KB···양종희의 시선은 '비금융'으로
먼저 KB금융은 '비금융'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과 관련해선 사실상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만큼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진단에서다.
KB금융은 총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렸다. 그 중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성과를 내고 있다. 비은행 부문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최근 몇 년간 굵직한 M&A로 외형을 키웠다. 그 결과 KB금융은 은행-보험-증권-카드를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이 됐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 중 KB금융의 은행 의존도도 62%(상반기 기준)로 가장 낮다. 즉, 순이익의 약 40%는 비은행 부문에서 창출하며, 타 금융지주사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양 내정자는 지난 11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A 관련 질문에 "KB금융은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는 갖춰져 있다"고 평가하며 "지속가능한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뿐 아니라 앞으로는 비금융까지 M&A 대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테크 기업이 간편결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금융그룹의 틀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비금융권 기업이라도 충분히 KB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방안' 발표가 지연되고 있지만 추후 완화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사들도 보다 다양한 분야로 뛰어들 수 있게 된다.
KB금융은 그간에도 비금융서비스 강화에 힘써왔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알뜰폰 서비스를 해오다 올해 초 부수업무로 승인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밖에 중고차 운영 플랫폼 'KB차차차',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 등도 대표적 사례다. KB금융은 금융업계 최초로 자회사 요양사업 전문기업인 'KB골든라이프케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B골든라이프케어'와 관련해 KB손해보험 자회사에서 KB라이프생명 자회사로 재편을 추진, 일본 도쿄 솜포홀딩스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또 제휴와 투자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도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부터 운영 중인 'KB스타터스'는 현재까지 232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KB금융 계열사와 285건의 업무 제휴를 맺었다. 상반기에도 AI, 모빌리티, 신재생 에너지 거래, 펫 산업, ESG, 프롭테크, 헬스케어 등 총 25개의 스타트업을 'KB스타터스'로 선정했다. 추후 KB금융이 비금융권 M&A를 추진하게 된다면 통신이나 부동산, 헬스케어 등 기존 비금융서비스와 연계 가능한 분야나 스타트업도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다.
"생보업 톱10 진입"···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초읽기'
하나금융도 비은행 부문의 한 축인 보험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M&A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 일환으로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위한 상세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KDB생명 대주주 KDB칸서스밸류PEF(KCV PEF) 측과 가격·일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7월 마감한 KDB생명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뛰어들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었다. 이미 하나생명이란 생명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업계 내 영향력을 키우고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KDB생명에 손을 내민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인수 후 두 회사를 합병하면 총자산 23조원 규모 '업계 10위권 생보사'를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KDB생명 인수는 좀처럼 M&A 시장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하나금융이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거래란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함 회장은 취임 당시 비은행 재편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연초 신년사에서도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부문의 M&A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관건은 KCV PEF가 하나금융에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다. 시장에선 KDB생명의 몸값이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는데, 회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소 부담스러운 숫자로 여겨져서다. 실제 KDB생명의 1분기 K-ICS(신지급여력제도) 비율은 101.66%로 감독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하회하며, 부채도 16조621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인수자 측으로서는 회사를 사들인 뒤 추가로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하나금융이 중간에 발을 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단 하나금융 측은 이변이 없는 한 거래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아 공개된 사항은 없지만, 하나생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KDB생명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우리금융, 증권업·STO 동시에 잡는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임종룡 회장 체제로 전환한 이래 새롭게 꾸려진 지주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중심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증권업 진출은 임 회장과 그룹 모두의 숙원이라 할 만하다. 2019년 지주사 출범 후 자산운용, 신탁, 캐피탈·저축은행 등을 사들이며 꾸준히 덩치를 키웠지만 은행과 시너지를 내고 실적 기여도가 큰 증권사만큼은 아직 거느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임 회장도 취임 이후 줄곧 증권사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카드·보험사 등은 인수 계획이 없지만, 증권사 인수는 계혹 노력할 것"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을 우리금융이 관심을 가질 만한 후보로 지목한다. 증권형 토큰(STO) 시장 출범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들 증권사로 시선을 옮기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우리금융은 이미 STO 시장에 대한 대응 태세를 구축한 상태다. 은행 차원에서 삼성증권, SK증권과 협의체를 꾸려 사업모델 발굴과 인프라 구축, 분산원장 검증, 투자자 보호방안 수립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외부에선 우리금융의 발 빠른 행보에 대해 증권업은 물론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STO 사업까지 한 번에 공략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괜찮은 매물 있어야"···금융그룹 '신중' 또 '신중'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막대한 출혈을 감내하고서라도 반드시 사들여야 할 기업이 매물로 나와야 한다는 데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건전성에 위협을 받는 금융그룹으로서는 지출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와 MG손해보험 인수전 열기가 생각보다 뜨겁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처럼 관련 사업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존재하지만, 만만찮은 가격과 부실한 재무상태, 악화되는 국내 시장 여건 등으로 인해 정작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이는 당장 M&A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우선순위를 두고 꼭 필요한 곳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CEO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금융에 힘을 싣는 금융그룹은 앞으로의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신경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와중에 공격적으로 내준 대출이 수년 뒤 부담으로 돌아오면서 자본비율이나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대출이 증가하면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나는 탓에 자본비율이 내려가게 된다. 그만큼 M&A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 속에서는 리스크에 대비할 체력을 기르는 게 최우선 과제"라면서 "매력적인 매물이 등장하지 않는 한 금융그룹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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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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