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양종희 부회장 낙점 장기간 역량 육성·검증한 윤 회장 노력 결실로 회추위 "경영승계 절차 지속 계승·발전시킬 것"
8일 KB금융그룹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이날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과 회의를 거쳐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의 지지를 얻은 양종희 후보는 관계 법령 등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이사회에 회장 후보로 추천된다. 또 11월 중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양 후보가 차기 CEO로 지목됨에 따라 KB금융으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룹 사정에 훤한 내부 인사가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그룹의 정체성을 지키고 사업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선 윤 회장의 성과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일찌감치 회장 후보군을 추려 경영수업을 받도록 '판'을 깔아준 사람이 바로 윤 회장이었다는 이유다.
실제 윤 회장은 2021년말 인사에서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각기 다른 계열사를 이끌던 허인·이동철·양종희 대표를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어 그룹 사업을 ▲개인고객 ▲WM·연금 ▲글로벌 ▲보험 ▲IT ▲SME(중소상공인) 등으로 정리한 뒤 각각에게 나눠주며 책임지게 했다.
KB금융 측이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윤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표면적으로 계열사별 시너지 확대를 목표를 앞세웠지만, 결국 회장 후보군이 그룹 핵심 사업 영역을 넘나들며 경험을 쌓도록 한 뒤 성과를 바탕으로 이들을 검증하려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얘기다.
이는 KB금융이 '모범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수년의 시간을 들여 후보군을 관리·육성하면서 능력까지 파악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은 은행과 카드, 보험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을 이끌고 돌발 상황에도 대응해야 하는 만큼 각 분야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따라서 금융그룹도 능력 있는 임원이 여러 영역에 몸담으며 성장하도록 CEO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후보군에게 고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일례로 DGB대구은행은 임원을 대상으로 1~2년에 걸친 프로그램을 진행해 행장 후보를 발굴한다. 계열사OJT(직무교육)와 다면평가, 심층인성검사, 어학능력개발 등 교육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KB금융으로서는 윤 회장의 실험을 바탕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앞서 김경호 KB금융 회추위원장은 "윤 회장이 취임 시 꿈꿨던 KB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함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이사회에 비쳐왔다"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성공사례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도 조직 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그룹 회장 인선 절차 개편에 착수한 상태다. 조직 안에서 후보군을 추리는 데서 나아가 대구은행처럼 교육을 통해 이들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후보는 윤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 역량 있는 CEO 후보"라며 "지주·은행·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전문성을 쌓았고 디지털·글로벌·ESG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을 겸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회추위에서는 독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내·외부 후보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선정 프로세스를 운영했다"며 "앞으로도 KB의 경영승계 절차를 지속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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