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 재진입 했지만 여전히 주택에 치중···벌떼입찰 논란도김선규‧송종민‧박철희 '복심 3인방'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2세 김대헌 신사업 맡아···김상열, 일선 물러나 언론‧장학사업 집중
호반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올랐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10위 복귀다. 호반건설의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은 4조39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4% 늘었다. 지난해 10위를 기록한 HDC현대산업개발을 6952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특히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영향이 컸다. 호반건설은 창업 초기부터 빚을 내지 않는 '무차입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덕분에 호반건설은 10위 내 건설사 중 가장 낮은 부채비율(56.9%)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사업 치중된 사업구조 '숙제'···벌떼입찰 관련 압박도 만만찮아
다만 수년째 주택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2071억원 가운데 분양을 통해 올린 매출이 약 64%(2조505억)에 달했다. 나머지 매출액의 대부분도 택지개발이나 임대 등 주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나왔다.
업계에선 주택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으면 경기에 따라 매출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원자재가격과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있어 공사비 관련 리스크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자체사업 비중이 줄고 도시정비사업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호반건설에겐 부담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그룹의 위세와 '브랜드'를 앞세운 최상위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시장이다. 반면 대규모 자체사업을 벌일 수 있는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3기 신도시와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개발할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벌떼입찰' 논란도 자체사업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 6월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이 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공공택지를 다수 확보했다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회에서도 이번 국정감사에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벌떼입찰 관련한 질의를 예고했다. 참여연대도 벌떼입찰과 관련해 김상열 회장 등 오너일가를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는 호반건설로서는 새로운 자체사업을 벌이는 것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M&A에 벤처캐피탈까지' 신사업 힘 쏟는 2세 경영···전문경영인 체제도 굳건
안팎의 어려움과 별개로 내부적으론 2세 경영이 확실히 안착하는 모양새다. 김상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 언론과 장학사업에 집중하면서 전문경영인체제가 자리 잡았다. 2세인 김대헌 사장을 중심으론 벤처캐피탈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한창이다.
호반건설 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김선규‧송종민‧박철희의 삼각편대로 설명할 수 있다.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은 건설업 전반에 걸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적인 일을 이끌고 있다. 송종민 호반산업 부회장은 M&A를 총괄하면서 계열사 간 융화를 책임지고 있다.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는 본진인 호반건설의 내실을 다지고 경영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얼굴마담인 김선규 회장은 현대건설에서 30년을 넘게 근무한 건설업계 베테랑이다. 부사장으로 퇴직하기까지 건설‧분양‧플랜트‧금융 등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송종민 부회장은 정통 '호반맨'으로 오너일가의 큰 신임을 받고 있다. 2000년 호반건설에 입사한 뒤 재무회계·경영 부문에서 활약했다. 각종 계열사 관리도 도맡았다. 2012년 인수한 KBC광주방송 전무를 역임했고, 대한전선 인수도 주도했다.
올해 초엔 대한전선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대한전선을 그룹에 '화학적'으로 병합하는 임무를 받았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뒤를 이어 국내 전선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박철희 대표이사도 정통 호반맨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1971년생인 박 대표는 호반건설 입사 후 30대에 계열 내 골프장인 스카이밸리컨트리클럽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박 대표는 이후 수주 담당 임원과 사업총괄 사업본부장을 거치면서 호반건설을 '전국구 건설사'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세이자 호반건설의 최대 주주(지분 54.73%)인 김대헌 호반그룹 총괄사장은 그룹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분담하고 자신은 새 먹거리 발굴에 힘쓰는 모양새다. 벤처캐피탈을 통한 투자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벤처캐피탈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신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호반그룹의 밴처캐피탈은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와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양대 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플랜에이치벤처스 모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업단계의 업체를 발굴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플랜에이치벤처스가 투자한 인공지능(AI) 기반 건축설계 솔루션 기업 '텐일레븐'은 9월24일 국토부가 선정한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그룹 창업자인 김상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언론사업과 장학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961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62세로 아직 정정한 나이지만 이미 경영승계를 위한 지분 정리를 마쳤다. 현재는 호반그룹이 보유한 언론사들을 총괄하는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과 장학사업을 주관하는 호반장학재단 이사장만 맡고 있다. 호반그룹은 서울신문과 EBN, 전자신문 등 다수의 언론사를 보유하고 있다.
IB업계에선 호반그룹이 경기의 영향을 많이 타는 건설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B2B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M&A 등 IB시장에서 매물이 나올 때마다 호반건설의 이름이 '단골'처럼 소환된다"면서 "상위 건설사들이 모그룹을 등에 업고 있는 것과 다르게 주택에만 의존해 성장한 기업인만큼 건설 부동산이라는 1개의 시장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개편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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