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반도체 업황 바닥 확인···연말 개선 가속도내년 1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흑자전환 본격화"감산에 따른 효과···확실한 반등 좀 더 지켜봐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계의 불황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반등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4월부터 추진한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고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지속 감산으로 수급 밸런스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년 초부터 공급이 제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탄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가격 상승세···AI향 수요 증가 지속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여파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은 D램 거래가격은 9월부터 하락세를 멈춘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이 7~8월 가격 협상을 대부분 마무리하며 9월에는 D램 가격이 보합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불리는 D램 현물 가격도 지난해 2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9월 초를 기점으로 반등하는 추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가격은 1.518달러로 지난달 1.448달러 대비 4.83% 상승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연초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 회복 시그널이 빠르게 오고 있다. 상반기 바닥을 지나며 3분기, 연말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업황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금액 기준 올해 대비 23.4% 성장한 약 13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KB증권은 내년 D램, 낸드 가격이 올해대비 각각 39%, 2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감산 효과 외에도 DDR4에서 DDR5로의 교체가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나 고용량 모듈의 고부가제품 수요 증가 효과로 낸드보다 D램 가격 반등이 앞서 시현됐다"고 설명했다.
AI향 서버와 그래픽 수요 증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 일부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이 비용 등의 문제로 성장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현재 반도체 기술이 인공지능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비메모리 분야가 동반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장이 잠시 부진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K, 메모리 흑자전환 코앞···내년 적자탈출 기대
반도체 업황이 반등세를 보이며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흑자전환 시점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까지 양사 모두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1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며 SK하이닉스도 1조66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에의 경우 적자규모가 대폭 줄어 삼성전자는 9000억원대, SK하이닉스는 6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D램의 경우 SK하이닉스는 빠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경우 4분기 적자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 원가 상승으로 평균판매가격(ASP) 효과가 상쇄해 메모리 실적 개선의 정도가 기대보다 낮았다"면서 "선단공정으로의 공정 전환 투자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으나 선투자 효과가 발휘되는 내년부터는 실적 상승폭이 경쟁사 대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가 저가 판매를 지양하고 있는 점도 실적에 긍정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4분기 D램과 낸드에 대해 두 자릿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반도체 업황 반등이 감산 효과에 기반한 만큼 극적인 반등까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 분위기가 4분기까지 유지될 전망이나 현재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는 반도체 업계의 자구책인 감산효과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소비심리가 여전히 많이 억압돼있다. 주요 산업 자체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종환 교수는 "반도체 업체의 공급 축소로 가격 상승과 실적개선이 진행된 만큼 공급 증가시 또다시 가격이 정체될 수 있다"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실적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파운드리에서 뚜렷한 실적개선이 이뤄져야 내년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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