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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투자계약증권 1호 탄생, 10월도 물건너 간다

증권 증권·자산운용사 NW리포트

투자계약증권 1호 탄생, 10월도 물건너 간다

등록 2023.10.29 08:00

수정 2023.10.31 07:46

류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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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수리 또 미뤄져가치산정에 이어 가상계좌 사용 문제 대두금감원 뚜렷한 기준 제시 못한다는 비판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투자계약증권 1호' 탄생이 또다시 지연될 전망이다. 현재 열매컴퍼니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는 중이나 정정의견이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가치산정에 이어 가상계좌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열매컴퍼니가 제시한 가상계좌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간 사업을 준비하며 증권사들과 맺은 업무협약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신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조각투자 업체들은 자사 제출 시기를 당초 이달 내에서 11월 초로 미룬 상태다. 금융당국이 다음주께 열매컴퍼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라 이를 참고하기 위함이다.

해당 업체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는 것은 현재 투자계약증권신고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은 발표한 지침에 따라 개별 사례별로 지침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신고서 작성에 참고할 선례가 없는 가운데 금융당국을 설득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기 위해 각개 전투하고 있다.

미술품 가치산정에 이어 에스크로(가상계좌) 문제 대두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인 열매컴퍼니가 지난 13일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심사기간이 최대 15일인 만큼 11월 첫주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 미술품 4개, 한우 1개 조각투자 업체(투게더아트·열매컴퍼니·테사·서울옥션블루·뱅카우)들이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면제를 받은 곳이다. 업체들은 이번 열매컴퍼니의 심사 결과를 참고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아직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단번에 수리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첫번째 난관은 미술품 업체들의 공통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되어온 가치 산정 문제다. 국내 미술품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활발하지 않은 만큼 공신력 있는 기초자산 평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미술품 업체들은 설득력 있는 가치 평가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 전문성 있는 단체의 자문을 구하는 동시에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아트투게더는 해외 미술품 평가 방법론을 추가했고 열매컴퍼니는 자체적으로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는 등 각 사마다 다른 방안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열매컴퍼니의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에스크로(가상계좌) 문제가 새롭게 대두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가상계좌 구조를 개편하라는 정정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에스크로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금융사를 계좌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투자금을 금융사에 예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되면 조각투자 회사가 투자금을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투자금은 보호될 수 있다.

열매컴퍼니는 계좌관리기관을 지정하는 대신 온라인결제대행사인 헥토파이낸셜과 계약 하에 케이뱅크 가상계좌를 사용하는 에스크로 방식을 택했다. 투자자는 미술품 구매 후 케이뱅크 개인 가상계좌에 입금한다. 열매컴퍼니가 소유권 이전에 대한 공증을 받으면 투자자는 이를 확인 후 투자를 최종 승인한다. 승인과 함께 가상계좌에 있던 대금이 열매컴퍼니에 송금되고 가상계좌는 사라지는 방식이다.

가상계좌이기 때문에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 투자자 정보를 금융기관이 아닌 열매컴퍼니가 관리된다는 점 등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계좌를 사용하는 방식이 투자자 보호에 적절한지 확인하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고 투자자 자금이 보호된다는 면에서 금융당국 지침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에스크로 방식을 사용하면 고객에게 전가되는 비용이 최소화되고 청약을 위한 프로세스도 훨씬 간편해진다"고 말했다.

가상계좌를 인정할 경우 다른 조각투자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각투자업체들은 계좌관리기관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테사는 키움증권과, 뱅카우는 농협은행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금감원은 인력 부족···구체적 기준 제시 못해
이 가운데 정작 금감원이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심사할 준비가 안되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발행하려는 쪽은 정정 의견 등 수정되어야 할 부분은 정정하면서 발행하려는 의지가 강한데 반해, 당국은 아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투자계약증권이 이전에는 유통된 적 없었던 증권인 만큼,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할 금감원도 이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한 번에 두 개 업체의 증권신고서를 심사하기 어려워 열매컴퍼니의 심사 결과가 나온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다른 업체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 8월 10일 투자계약증권 서식을 개정하면서 공시심사실에 전담 심사팀을 신설했으나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증권신고서 심사에 최대 15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섯 번 이상 정정 의견이 나올 경우 투자계약증권의 탄생은 해를 넘어가게 된다. 8월 초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9월 내에 1호 탄생을 점쳤던 것과 달라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증권신고서 수리되는 시간이 지연되면서 조각투자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체들은 이미 1년 가까이 사업이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조각투자 업체들에 대한 증권성 판단이 나오면서 업체들은 제도화된 증권 형식을 갖추기 전에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기존에 공모한 상품의 매각만 가능하고 새로운 상품 공모를 진행할 수 없다.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초기 시장을 형성해야 할 참여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빨리 사업이 재개되는 것이 좋다"며 "증권신고서 준비에 자문 비용이나 회계감사비용, 인력 등이 소요된 데다가 상품 운영을 못하는 동안에도 언제든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소요된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류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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