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식·박정호·김준 등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 주목신성장동력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모두 실적 부진인사 시기 12월 초에서 11월 말로 변경 가능성↑
올해 SK그룹은 주요 사업이 업황 부진 직격탄을 맞으며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연말 인사에서 지난해와 같이 '안정 속 변화'를 선택할지, 새 인물을 발탁해 변화에 무게를 둘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할 정도로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것은 2016년 확대경영회의 이후 처음이다.
6인의 부회장단, 올해도 자리 지킬까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최 회장을 도와 그룹을 이끌고 있는 부회장단의 거취다.
현재 SK그룹에는 오너가인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제외하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유정준 미주대외협력총괄, 서진우 중국대외협력총괄 등 6인의 부회장단이 있다.
이들은 그동안 굵직한 성과를 이끌어내며 부회장 자리에 올랐으나 올해 성적표는 대체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대식 의장은 2016년 말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합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된 뒤 지난해 말 그룹 사상 처음으로 4연임에 성공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은 2년 임기다.
'재무통'으로 불리는 조 의장은 최 회장과 초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2007년 SK 재무 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뒤 '그룹 2인자'로 불리고 있다. 조 의장의 SK그룹 내 입지는 탄탄하나 장기간 자리를 지키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나온다. 조 의장이 1960년생, 내년 만 64세로 고령인 점도 세대교체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룹 내 장수 CEO로 꼽히는 장동현 부회장과 김준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2017년부터 각각 SK㈜과 SK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으며 2021년 말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올해 맡고 있는 계열사의 실적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SK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8% 하락한 4조4177억원, SK이노베이션은 51.1% 줄어든 1조9159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시원치 않다. 특히 장동현 부회장은 2021년 3월 투자자들에게 2025년 주가 200만원 시대를 약속했으나 현재 SK 주가는 14만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1월과 비교해도 20%가량 주가가 빠진 상태다.
SK그룹의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를 맡고 있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적자는 8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빨간불' 계열사 수두룩···인사 앞당길 가능성↑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올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는 대부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부분이 모두 부진하다는 점은 SK그룹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CEO들도 자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CEO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누적적자는 8조763억원이며 SK하이닉스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SK스퀘어도 올해 적자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SK온도 배터리 3사 가운데 여전히 유일하게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 중인 SKC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로 올해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이차전지 분리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부문을 이끄는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그룹 내 위기감이 커지며 매년 12월 첫째 주 목요일 정기인사를 진행했던 SK그룹은 인사 시기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 결과가 나온 직후 SK그룹이 1주일 앞당겨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빠르게 인사 및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12월 한 달간 내년 전략 수립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친 후유증이 올해 본격화된 가운데 각 기업이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 체제를 유지할지, 새로운 인사를 기용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각 기업의 성과가 명확하겠지만 올해의 경우 변수가 많은 만큼 기업별 인사 규모도 각기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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