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회장, 연봉 4억에 우리은행 고문 위촉금융권, 임 회장 '인사 공정성' 손 전 회장만 제외 지적"한일·상업 파벌 문화 여전?"···任, 공정·상식 진정성도 훼손
금융권 안팎에서는 손 전 회장의 고문 위촉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뿌리 뽑겠다는 진정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취임 후 반목과 낡은 관행,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를 없애겠다며 조직 쇄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파벌 싸움'의 상징과도 같은 전임 회장이 여전히 조직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 회장도 근본적인 문제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문은 문제없다?"···'문책경고' 손태승, 억대 연봉에 재취업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회장을 고문(2년)으로 위촉하는 한편, 사무공간과 업무추진비, 차량, 수행기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에게 지급하는 '고문료'는 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표면적으로는 재임 당시 급여(2022년 8억5000만원)의 절반 정도라고 여길 수 있지만, 지난해 은행 등기이사가 받아간 보수(1인당 3억6300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손 전 회장이 챙겨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주도하고 회장과 행장을 역임한 만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경영 자문역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일종의 관례이자 예우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며, 고문료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은행 측 주장처럼 금융권에서는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 임기 만료 후 1~2년 동안 그룹에 남아 고문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손 전 회장의 퇴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연초 상황을 복기해 보면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아 위기에 봉착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수위에 따라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를 받은 인물은 임기 만료 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다.
즉, 우리금융이 경영인으로 행보를 이어갈 수 없게 된 전임 CEO를 배려해 자리를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전후에 퇴임한 CEO가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고문직을 수행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채용비리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광구 전 행장은 관계사 원피앤에스에 잠시 고문으로 재직했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임기를 마친 뒤 고문으로 몸담은 곳도 우리금융캐피탈이었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그룹의 예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측은 손 전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한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임원으로 활동하지 않을 뿐더러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상법에서는 임원을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감사 등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고문은 상법상 임원이 아니며,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금융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라임 사태'로 우리은행 또한 중징계를 받고 사회적으로 신뢰를 잃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책임자가 자리를 지키며 수억원을 챙기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이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어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사모펀드 사태나 그간의 사례를 돌아봤을 때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에 유독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형식상 고문으로 위촉하되 아무런 활동이 없어도 보수를 지급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주총의 승인을 받은 임원퇴직금 지급 규정 등에 근거 조항을 마련했는지 여부를 따로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임 회장 그림자 여전···흔들리는 임종룡 '리더십'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그룹 내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외부 출신 CEO인 탓에 오랜 기간에 걸쳐 뿌리박힌 조직 문화엔 속수무책인 것처럼 비춰져서다.
우리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에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르렀는데, 흡수 통합이 아닌 대등 합병이어서 크고 작은 갈등에 시달려왔다.
이에 임 회장은 임기 초부터 그룹 내 성과 중심 문화를 안착시키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여왔다. 궁극적으로는 한일·상업은행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 우리은행장 인선 갈등을 비롯한 무거운 사건이 파벌 싸움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임 회장도 "20년전 합병을 추진할 당시에도 대단한 싸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면서 "남은 상업·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고위직에 있다는 게 문제지만,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면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건을 계기로 그룹 내 손 전 회장의 그늘이 걷히지 않은 것으로 감지되면서 우리금융이 파벌 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정 계파의 좌장 격인 인물이 그룹에 남아 있다면 필연적으로 조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긴축 차원에서 임원의 업무용 차량과 수행 기사를 없앤 우리금융이 은행 고문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할애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당국의 압박에 밀려난 손 전 회장을 홀대했다가 내부적으로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임 회장도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겠냐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출신인 임 회장으로서는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전임 회장의 고리를 단번에 끊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그룹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조직 문화까지 잡지 못한다면 CEO로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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