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내부 시스템 전면 개편 했지만올해 취임 후 횡령 등 사건·사고만 벌써 3건금융권 "총체적 시스템 부재···해결책 시급" 지적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이래 조직쇄신을 기치로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등 일하는 방식 전면에 변화를 줬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투자 손실과 직원 횡령 등 연이은 사고로 구설에 오르면서 그 노력이 공염불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트레이딩부는 주가연계증권(ELS)상품 관련 파생거래에서 962억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이에 은행은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서 직원에 대한 징계 방안을 검토했다.
우리은행의 해명자료를 보면 담당 딜러는 평가손실을 만회하고자 장기옵션거래를 확대하는 헤지 전략을 실행에 옮겼으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이를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통상 장외파생상품은 1000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동성을 산출하는데, 그 변수가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평가액과 시장가액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란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괴리 발생 가능성을 파악한 뒤 입력 변수를 다시 검증했다. 또 입력 변수를 재산출해 가격을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수정했다. 이어 은행 차원에서 962억원의 평가손실을 확정하고 2023년 6월말 결산에 반영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파생상품 시장에 변수가 유독 많았는데, 코로나19 대확산과 같은 앞선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던 것을 손실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작년까진 외부감사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6월에 내부 감사로 이를 확인함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장부에 적어놓긴 했지만, 만기가 1년 이상 남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일부 환입될 가능성이 있고, 이번 건은 은행과 증권사 간 투자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이어서 소비자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7월 이후 청산 목적의 헤지 외 주식파생상품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변동성 산출 관련 팀·부서 단위 복수 검증을 강화한 상태다. 파생상품 관련 리스크관리 전문 인력 채용도 준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랜 기간 잘못된 방식으로 상품을 관리한 게 확인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욱이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건으로도 홍역을 치렀던 만큼 우리은행의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관리형 CEO'로 통하는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임 회장의 주문이 업무 현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내부 관리 시스템부터 뜯어 고쳤다. 내부통제 전담 인력을 일선에 배치하고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절차를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사모펀드 사태와 7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실추된 우리금융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번번이 구설에 휩싸이며 임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최근에는 서울 금천구청지점에서 한 직원이 3월부터 8월까지 소비자가 낸 공과금 약 52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포착됐고, 지난 7월에는 비수도권의 영업점 행원이 가상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외환거래 환차익 7만 달러(약 9000만원)를 빼돌리다가 적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총체적인 시스템 부재가 빚어낸 무거운 사고"라면서 "단순히 직원 몇 명 징계하고 끝낼 게 아니라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문제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임 회장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또 다시 계열사가 구설에 휘말렸다간 '보여주기식 경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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