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오디션'으로 인사 문화 바꾸고 준법·검사 인력 늘려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기업금융·해외사업 발판으로 '넘버원' 도약"
임종룡 회장은 올 2월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지지를 얻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로 낙점됐다. 30년 넘게 공직과 현장을 오가며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 회장, 금융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가 6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하자 세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금융으로 쏠렸다.
"분열과 반목 멈춰야"···'새 기업문화 정립' 목표로 그룹 '대수술'
그런 임종룡 회장이 던진 첫 번째 화두는 '기업문화의 재정립'이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600억원대 횡령,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계파 갈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를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는 곧바로 시작됐다. 임 회장은 '오디션' 형식의 우리은행장 인선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경영승계 시스템의 초석을 다졌다. 인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목표에서다. 우리금융은 복수의 후보를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 심층인터뷰와 다면 평판 조회, 업무보고, 심층 면접 등을 치르면서 리더십과 소통 능력, 순발력 등 덕목을 두루 평가했다. 이에 가장 우수한 점수를 얻은 조병규 당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을 이끌게 됐다.
동시에 임 회장은 내부통제 시스템도 손 봤다. 은행·카드·종금·신탁 등 주요 자회사의 영업 부문에 내부통제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한편, 지점장 승진 평가에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반영토록 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사고를 예방한 직원을 위해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준법·검사 인력을 확충하고자 연수도 체계화했다. 취임 당시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제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사업'···효율적 조직 거듭난 우리금융
임 회장 재임 중 우리금융은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사업'이란 큰 틀 아래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 지주는 전략 수립과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자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CEO의 철학이 차츰 현실화했다.
특히 임 회장은 지주의 덩치를 줄였다. 총괄사장과 수석부사장직을 폐지하고 11개였던 지주 내 사업 부문을 9개로 재편했다. 또 지주 임원과 구성원을 줄이고 회장 비서실도 없앴다. 그 대신 자회사의 영업 조직은 확대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영업총괄그룹의 기능을 국내영업과 기업투자금융으로 나누고 각각에 영업 관련 그룹을 배치해 사업에 전념토록 했다.
그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됐다. 임 회장은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와 '시너지사업부'를 각각 전략부문과 성장지원부문으로 재배치했다. 이어 취임 후 발족한 기업문화혁신TF를 '기업문화리더십센터'로 확대해 그룹 경영진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맡기는 선에서 조직개편을 일단락 지었다.
이처럼 임 회장이 성과 중심 문화를 안착시키는 데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자회사가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면서 계파 갈등도 해소하는 부가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는 부사장·전무·상무를 '부사장'으로, 은행은 부행장·부행장보를 '부행장'으로 각각 임원 직위 체계를 통일한 것에서도 임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비은행 M&A 실패 '옥에 티'···수익성 악화도 숙제
물론 모든 게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조직 쇄신엔 속도가 붙지만,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수합병과 관련해선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임 회장에게 과제를 남겼다.
실제 우리금융의 증권업 진출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였다. 마땅한 매물이 없기도 하거니와 인수를 희망하는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증권사 몸값이 크게 뛴 탓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최근 들어선 금융당국으로부터 매각 명령이 떨어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를 저울질했다가 막판에 발을 뺐다.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우리금융은 3분기까지 전년 대비 8.4% 줄어든 누적 2조4383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을 거뒀는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과 은행·카드 등 주력 계열사의 부진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그럼에도 임 회장이 그룹 전반에 자신의 목표를 충실히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낙담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우리금융은 젊은 소비자를 위한 투자 정보 플랫폼 '원더링'을 론칭함으로써 증권업 진출을 위한 불씨를 살렸다.
기업금융·해외사업 强드라이브···"1등 금융회사 도약"
향후 임 회장은 기업금융과 해외사업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이른바 '기업금융 명가 재건'과 '아시아 넘버원 도약'이 그가 수립한 그룹의 새 지향점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2026년 말 기업 대출 잔액을 207조4000억원으로 끌어올려 포트폴리오 내 여신 비중을 60%까지 높이고 2027년 기업금융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세부적으로 5년 내 대기업 여신을 15조원 늘리고 300개 중견기업에 총 4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임 회장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을 139조805억원(9월 말 기준)으로 6월 대비 5% 늘리는 성과를 냈으며, 우량 중견기업 여신 프로그램 '라이징 리더스 300'과 '동서트레일' 조성 등 국가사업에 참여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충청북도와 손을 잡기도 했다.
이 밖에 임 회장은 해외 사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방산 수출의 유럽 거점으로 떠오른 폴란드에 내년까지 지점을 설치해 수요에 대응하고,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대 법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소규모 금융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아시아 최고 금융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다.
임 회장은 하반기 경영전략워크숍 직후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업금융을 강화해 우리 금융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IT 체계 개편과 글로벌사업 강화, 증권 보험 등 그룹 포트폴리오 보완, 비금융 사업의 추진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문제는 가감 없이 드러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의 문제는 내부에서 스스로 소화되도록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1등 금융회사의 위상을 되찾자"고 당부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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