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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새 주인 찾았지만···'영구채 전환 유예' 불씨

산업 중공업·방산 HMM, 하림 품으로

새 주인 찾았지만···'영구채 전환 유예' 불씨

등록 2023.12.19 13:09

수정 2023.12.19 14:39

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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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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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산업은행·해진공과 매각 협상 돌입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테이블에 올릴듯

하림이 HMM의 새 주인으로 낙점되면서 영구채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하림이 HMM의 새 주인으로 낙점되면서 영구채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국적선사 HMM 인수전이 하림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의 향방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6조4000억원에 이르는 HMM의 몸값이 매수자 측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인 만큼 협상 과정에서 이 사안을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점쳐져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하림·JKL 컨소시엄을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조속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하림은 지난달 23일 이뤄진 본입찰에서 경쟁자 동원산업보다 많은 숫자를 제시함으로써 승기를 잡았다. 희망 매각 가격으로 하림은 6조4000억원, 동원은 6조2000억원을 써냈다는 전언이다. 덧붙여 하림이 팬오션을 경영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양측의 협상이 본격화하면 영구채의 주식전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인수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하림으로서도 이 계획을 명확히 정리하고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내년부터 후년까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만7000원 수준인 HMM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취득할 수 있는데, 그 권리를 포기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세운 상태다.

다만 하림 측에선 영구채 주식전환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신주 발행으로 인해 지분율이 57.9%에서 38.9%로 희석되면서 HMM으로부터 받는 연간 배당금이 줄고 궁극적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계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림은 자력으로는 HMM 인수 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모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JKL파트너스에 의지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절당하긴 했지만, 하림이 입찰 과정에서 주식전환을 3년간 미뤄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초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전환권 행사를 유예한다면 3년간 하림이 총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챙길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산업은행도 계약 체결에 앞서 이 부분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앞선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하진 않더라도 인수자 측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HMM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조기상환을 유도하거나 주식 전환까지 시간을 둘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한화에 대우조선(한화오션)을 넘길 때도 영구채에서 발생한 미지급이자만 주식으로 바꾸고 추후 원리금만 돌려받겠다고 확약한 바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으로서는 HMM 매각을 잡음 없이 매듭지어야 한다. KDB생명 매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구조조정 작업에 난항을 빚는 가운데 HMM 매각마저 무산된다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물론 외부 여론이 변수다. 인수전 결과를 놓고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하림에 또 다른 혜택을 부여한다면 산업은행으로 화살이 쏟아질 수 있어서다.

HMM 소액주주연대는 산업은행의 섣부른 판단이 결과적으로 하림에 기회를 줬다며 앞선 영구채 처리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탓에 대기업의 참여가 불발됐고 의외의 기업이 HMM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는 논리다.

연대는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HMM 공개 입찰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특히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는 9조원을 제시했으나, 국적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비입찰에서 제외시켰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전환사채 8000만주, 신주인수권부사채 1억2000만주 등 1조원(전환 가액 5000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HMM 주식수는 6억8903만9496주로 늘었다.

그 여파에 HMM 인수전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가격이 크게 치솟을 것이란 우려에 주요 기업이 등을 돌리면서다. 실제 ▲포스코 ▲삼성SDS ▲현대차그룹 등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끝내 입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던 LX그룹도 하림과 동원보다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음에도 막판에 발을 뺐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반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매각자 측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성공적인 거래를 위해 하림과 다각도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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