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성장률 빠른 속도로 추락구조개혁 목소리 높아져···근본적 문제 해결 필요한 때정부 역할 중요···산업 육성·원천기술 지원·제도 만들어야
2024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가 불러온 경기침체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체력은 고갈됐다. 주력 산업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고,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체질 개선 노력에도 마땅한 구원투수가 없다. 이른바 '초격차 산업'의 부재. 뉴스웨이는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언한다. [편집자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구조개혁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구조개혁을 기반으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1인당 GDP 4만달러 시대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격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원천기술 개발‧보호를 위한 정책도 펼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임기 3년차에 들어서는 정부가 실기(失期)해서는 안되는 위기의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 위기 현실화···구조개혁·규제완화 필요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극단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3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장래인구 모든 분야(연령 구성·부양비·출산율·기대수명·인구성장률)에서 1등과 꼴등을 번갈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국의 출산율은 2022년(0.78명)부터 2072년(1.08명)까지 최하에서 1위 또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2022년 40.6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서 2072년 104.2명으로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특히 2067~2072년 인구성장률에서는 우리나라가 -1.3%로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대 수치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처럼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위기가 코앞으로 닥치면서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 제도적 지원 등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맞춰진 구조에서는 미래를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분석에서다.
구조개혁 먼저···규제 완화 등 정부 역할 강조
경제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구조개혁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 됐다. 경직되고 정체된 구조에서는 변화와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단기적인 경제 지표회복이 아닌 부진한 잠재 성장률 회복 등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힘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구조개혁에 대한 쓴소리를 여러 차례 내놨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리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통화정책보다는 근본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우리의 성장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재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구조개혁을 하면 (성장률이) 2%로 올라가는 것이고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개혁이 정말 필요한데, 이런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앎에도 이해 당사자 간의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며 "특히 이런 논의를 할 때 혜택을 보는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되는 것 등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를 손대지 못하고 재정과 통화정책 등을 통한 대증적인 처방만 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도 구조개혁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역동 경제'를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와 구조개혁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새로운 시장 진입 규제 완화와 기존 기업의 투자 입지 애로 해소 등과 업종별로 진입 규제를 완화해 해당 업종을 활성화하고 기업 투자 확대를 독려하는 식의 규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역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 개혁에도 힘쓸 전망이다.
기업들의 요구는 규제완화와 혁신에 맞춰져 있다.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하기에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고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주문했다.
또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서는 "2024년은 우리 경제를 회복 궤도에 올려야 하는 갈림길인 만큼, 기업이 신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기존에 손이 닿지 않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며 정부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10년만헤 한국 보고서 내놓은 맥킨지···제도적 뒷받침 제언
10년만에 한국보고서를 펴낸 맥킨지앤드컴퍼니는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고착하느냐, 다시 4%대 고성장을 이어가느냐 하는 분기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제저긴 구조 개편과 원천기술 기반 산업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10년 전 첫 보고서에서 제조, 금융, 서비스 부문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다면 이번에는 구조적인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산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석유·제철·조선 등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의 선제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계열사들과 협력사 사이의 수직적 구조를 개혁해 수평적으로 만들게 되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및 플랫폼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에너지, 제약·바이오, 패션·섬유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이를 위해 R&D와 인재 양성 차원에서 원천기술 영역에 대한 세제 혜택(연구개발 소득공제 등) 마련하고 타국 기업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원천기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맥킨지는 한국 경제가 지금부터 저성장 국면을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을 다하면 2040년에는 매출이 1000억, 100억,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각각 5개, 20개, 100개 이상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결법인 기준으로 각각 3개, 54개, 418개다. "이를 통해 2040년 1인당 GDP 7만 달러 시대 달성을 통한 세계 7대 경제 강대국 대열 진입도 가능할 것이란 '장밋빛' 관측을 내놨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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