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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전자 이사회에 신제윤·조혜경 합류···'삼성생명법·로봇사업' 대응 포석

산업 전기·전자

삼성전자 이사회에 신제윤·조혜경 합류···'삼성생명법·로봇사업' 대응 포석

등록 2024.02.20 17:00

수정 2024.02.20 17:1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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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 2人 확정 지배구조 정비, 신사업 육성 위해 전문성 보강

삼성전자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삼성전자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전자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제관료 출신 금융전문가와 로봇계 권위자를 이사회에 영입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와 맞물려 삼성이 재도약을 준비하는 가운데 장차 핵심 화두가 될 지배구조 정비와 신사업 육성 등 영역의 전문성을 보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등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월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주총을 열고 이들의 사외이사 선임 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금융당국 수장까지 지낸 인사다. 그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거쳤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로 활동하다가 최근 물러났다.

또 조혜경 교수는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1996년부터 한성대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 위원, 한국로봇학회 19대 회장으로 활동해 로봇 전문가로 통한다.

주주의 동의를 얻으면 두 후보는 2027년까지 3년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서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금융通' 신제윤, '삼성생명법 리스크' 해소 특명

삼성전자가 금융위원장 경력의 무게감 있는 인물을 이사회에 앉히는 것은 올해 새 국회 출범과 함께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만큼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제윤 전 위원장은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대통령 측은 물론 여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삼성생명법'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이 법안의 향배가 삼성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생명법은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칭한다.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과 주식 보유한도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바꾸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에서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주식 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데, 이를 원가로 계산함으로써 리스크에 직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개정안에 삼성생명법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는 삼성생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보통주 약 5억815만주, 작년 3분기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데, 법안 개정 시 그 중 상당량을 처분해야 한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취득해 원가는 5400억원에 불과하지만, 시가로는 39조원(20일 종가 기준)으로 회사 총자산(297조원)의 13%를 웃돌아서다. 산술적으로 30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야 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 여파에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사회에 합류하는 신 전 위원장은 그룹 내부와 사회적인 목소리를 취합해 국회·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따라 다음 국회에서 다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로봇 권위자 조혜경, 신사업 본궤도 안착 힘 보탠다

이와 함께 조혜경 교수는 인공지능(AI) 수요를 바탕으로 한 산업계 트렌드 변화 속에 삼성의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조 교수는 40년 가까이 관련 분야에 몸담은 AI·로봇 전문가다. 로봇과 멀티미디어의 소통을 연구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융합 콘텐츠의 개발 등에도 주력해왔다.

특히 조 교수의 연구 이력은 'AI 중심 초연결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거대한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초 글로벌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산업계 전반을 재구성하고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AI를 구현하고자 10년 넘게 투자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상생활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행사잔에서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TV 신제품 '네오 QLED 8K', 식재료 관리까지 돕는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 그리고 스마트 홈 기술을 소개했다. 반려동물처럼 사람을 따라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는 AI 동반자 '볼리'를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한 발 나아가 AI를 품은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을 반도체 등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함으로써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그 일환으로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를 서두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삼성전자가 주요 현안을 고려해 이사회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로봇 전문가의 합류로 이들의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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