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출근도 안하고 이사회 활동도 없어"임종윤측 "선대회장 타계 후 경영서 배제" '대안' 없다는 지적엔 "주총서 구체적 공약 밝힐 것"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창업자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경영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 그룹의 신주발행 결정 이전에 이미 경영권 분쟁 상황이 존재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피력한 것이다.
신주발행 결정 전 경영권 분쟁 여부는 최근 2차 심문이 종료된 '제3자 배정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앞서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지난 1월 16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었기에 이번 통합 결정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이에 반발해 동생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와 지난 1월 17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진행했다. 임 사장은 지난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임 형제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21일 열린 1차 심문에 이어 지난 6일 열린 2차 심문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한 OCI그룹과의 통합 결정은 무효라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임종윤 사장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2020년 8월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르고, 12년 지주사 각자 대표이사인 임 사장 측은 조직도 없이 배제됐다"며 "이후 2022년 3월 일방적으로 재선임 불가 통보를 받았고, 대신 그 자리는 사모펀드인 라데팡스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고 했다.
그러며 "당시 임 사장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간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결국 이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임 사장측은 한미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과 재무, 인사 등 결정권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다고 토로했다.
이는 앞서 송 회장측이 제기한 주장과 상반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신주발행결정 이전에 경영권 분쟁 상황이 존재했다는 임 사장측 주장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임 선대회장 타개 직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송 회장이 임종윤 사장을 포함한 자녀들 대비 2배의 지분을 상속받기로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송 회장이 경영권을 갖기로 하는 합의가 이미 성립했다는 것이 그룹의 설명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남이 회사 지분을 최대한 많이 상속받는 재계의 일반적 관행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룹측은 이후 임종윤 사장이 2020년 8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도록 했고,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도 임기가 만료되는 송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다.
그룹측은 "임종윤 사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을 포기하고, 모친의 재선임에 찬성했다는 것은 양측간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생인 임주현 사장은 은행 대출을 받아 임종윤 사장에게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했고, 현재까지도 위 대여금을 회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이라면 과연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에게 거액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했겠냐"고 반박했다.
또 그룹측은 임종윤 사장이 그동안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을 뿐 정작 한미약품 경영에는 무관심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본인이 사내이사로 재임하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룹측은 "일례로 2023년 상반기 5차례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 임종윤 사장은 단 1회 참석한 반면, 개인 회사인 DX&VX의 2023년 상반기 이사회에는 100% 참석률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지난 십수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에만 몰두해 왔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매우 의아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그룹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OCI그룹과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빅파마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자금과 고급 인재 영입이 절실한 상황인데, OCI그룹과의 통합 경영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은 물론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매출액 대비 21%에 이르던 R&D 투자는 2022년 13.4%로 급감한 상태다. 혁신신약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R&D 투자재원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미그룹은 OCI그룹의 풍부한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사업망을 확대하고, 그동안 자금문제로 미뤄왔던 공장설비 투자, 전산시스템 투자 등 다방면에 자금 투입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룹은 가처분 2차 심문에서도 "OCI그룹과의 통합은 한미의 정체성과 로열티를 지키면서 한미의 미래가치를 높여 주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결단이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임종윤 사장측은 해당 심문에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경영권을 지키고, 한미의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게 한미그룹 주장이다. 그룹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측 변호인은 심문 과정에서 '대안 제시'에 대한 재판부 요청에 대해 "오랜 기간 경영권에서 배제돼 있던 상황이라 대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 전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코리그룹 트위터(X)를 통해 "우리는 금수저가 아니라 50년 전 제약강국의 꿈을 지켜주신 약사의 아들들이다. 임형제 측, 대안을 제시하겠다"면서 "공식 석상에서 주총 전 설계된 공약들의 구체적인 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은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 소송 결과는 주총 전 나올 것으로 보이며, 재판부는 이달 13일까지 제출한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번 사안의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임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이사 선임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경영복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들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약산업분야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제약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식견,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의 보강이 필요하다며 한미사이언스 이사에 임종훈 사장,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 등 4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이에 이번 주총에서는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두고 양측의 첨예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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