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10곳 중 5곳 영업익 감소···9곳 매출 확대삼바·한미·대웅·보령·HK이노엔 등 매출·영업익 모두 증가셀트·유한·녹십자·종근당·동아, 기저효과로 실적 부진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5곳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보령, HK이노엔, 동아에스티 등 매출 상위 주요 제약바이오사 10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제약바이오사 10곳 중 종근당을 제외한 9곳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삼바·한미·대웅·보령·HK이노엔 등 매출·영업익 모두 증가···주력품목 선전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HK이노엔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213억원으로 전년보다 15% 늘었고 매출은 7209억원에서 9468억원으로 31% 확대됐다. 4공장의 점진적인 가동률 상승과 신약 개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 신장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4개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인천 송도에는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5공장은 1~4공장의 최적 사례를 집약한 18만 리터 규모의 생산공장으로 설계됐다.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반기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인 '피즈치바' 출시를 앞두고 있다.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인 'SB27'는 임상 1상/3상을 개시했고,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필리부'는 국내 품목허가 승인을 받는 등 신약 출시 준비도 순항 중이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의 고성장으로 기술료 제외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76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8% 늘었고 매출은 4037억원으로 11.8%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중국 독감 유행의 수혜로 북경한미의 품목(기침가래약 이탄징, 성인정장제 리똥, 변비약 매창안)을 비롯해 로수젯(매출액 489억원, 전년동기 대비 +17.8%)과 롤베돈 DS 매출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일본향 API 수출 증가로 수출액도 12% 증가한 464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주력 품목의 고른 매출 증가로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로수젯(전년동기 대비 +74억)/아모잘탄(전년동기 대비 +14억) 등 주력 제품의 원외처방액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로수젯은 오리지널 스타틴 약물인 리피토도 제치며 국내 원외처방액 1위를 달성했다. 2015년 말 출시된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2개 성분으로 구성된 고지혈증 복합제다.
롤베돈 DS 매출도 이번 분기에 반영됐다. 롤베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제품명으로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해 2012년 기술수출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1분기 최대 매출인 12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1203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R&D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비만, 대사 파이프라인이 본격화되며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도에 국내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MSD에 기술 이전한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듀얼 아고니스트(Dual Agonist, GLP1/GCG)와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 (LAPS-Triple agonist, GLP-1/GCG/GIP)는 임상 2b상이 25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대체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대웅제약은 1분기 영업이익이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확대됐고 매출은 2966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자체 당뇨병 신약 엔블로의 매출액이 1분기 27억원으로 한 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 46억원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고마진 주력 제품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1분기 매출액은 18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4% 이상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 수출액은 303억원(전년동기 대비 -17%)에 그쳤으나, 2분기부터는 공급 물량 확대가 전망된다. 매분기 약 240억원 가량 매출을 하던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가 올해 1월부터 판매 중단되며 1분기 포시가 매출액이 59억원(YoY –76%)에 그쳤다. 다만 고마진 상품은 아니었던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은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을 소폭 상향했으며, 올 2분기에는 병원 파업에 따라 실적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보령은 1분기 매출액 23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8.4% 늘었고,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 늘었으나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보령의 올해 1분기 전문의약품 매출액은 19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성장한 수치다. 전문의약품 매출액이 보령 전체 매출액의 84%를 차지했다.
트루리시티의 공급난 지속으로 인한 당뇨 부문 매출 감소와 인플루엔자 백신의 매출 공백에도 불구하고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5% 성장한 381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케이캡의 신규 매출도 상승세에 기여했다. 케이캡 매출이 반영되는 스페셜티 케어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397억원에서 올해 1분기 622억원으로 1년 만에 56.7% 증가했다.
항암제 부문도 실적 증가세를 이끌었다. 보령 1분기 항암제 매출은 56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7.7% 증가했다. 일라이 릴리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젬자'는 1분기 매출이 48억원(성분명 젬시타빈)으로 29% 성장했다. 같은 기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도 매출이 53억원으로 10.5% 증가했고, '온베브지'도 전년 동기 92억원에서 114억 원으로 두자릿수 성장했다.
HK이노엔은 매출액 2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성장했고, 영업이익 173억원으로 206.0% 늘어난 수치를 기록하며 대체로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특히 케이캡은 코프로모션 계약 변경에 따른 수수료 감소와 재고 자산 추가 인도 효과 등으로 매출액 519억원(전년동기 대비 +113.9%)을 기록했다.
의정 갈등 사태에도 1분기 수액제 매출은 전년 대비 9.7% 성장했다. 영양과 특수 수액의 성장세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상급 종합 병원의 수술 및 입원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수액제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셀트·유한·녹십자·종근당·동아, 연구개발비 증가로 실적 부진
주요 제약사 중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등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종근당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곳은 97% 이상 감소한 유한양행이었고, 셀트리온(전년동기 대비 –96.7%)과 동아에스티(전년동기 대비 –89%)가 뒤를 이었다.
셀트리온은 아직 1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바이오업계와 증권업계에서 매출은 연결 기준 7272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내외의 성장, 영업이익은 61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램시마SC와 미국 신제품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이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짐펜트라 매출은 2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올해 실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짐펜트라 매출 신장으로 봤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매출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짐펜트라가 4/8일 대형 PBM에 조기 등재되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예정"이라면서 "지난해 미국에 출시한 유플라이마도 미국 3대 PBM 중 한 곳에 등재 완료됐고, 3분기에 나머지 대형 PBM 등재 소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광고선전비와 R&D 비용이 증가하며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유한양행은 1분기 영업이익이 5억800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7.4% 하락했고 매출은 4446억원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바이오텍 기업 소렌토의 파산에 따라 합작사 이뮨온시아의 지분을 추가취득(지분율 68%), 연결대상이 된 이뮨온시아의 연간 200억원 수준 R&D 비용이 그대로 인식되며 연결실적의 악화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의 주요 전문의약품 품목들은 출시된 지 오래돼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트윈스타, 트라젠타, 비리어드 모두 2010년대 초반 출시된 제품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트라젠타의 특허 만료로 약가 인하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향후 렉라자, 리브레반트 병용 요법의 FDA 승인(올해 8월 이내 추정)과 알레르기 파이프라인 YH35324의 개발 본격화 등 하반기 R&D 모멘텀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활유통사업부 매출은 44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2% 성장했으나, 해외사업부 741억원(전년동기 대비 -3.3%)와 약품사업부 3095억원(전년동기 대비 +0%)에서 부진한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사업부는 작년 1분기에 매출이 집중되었던 기저효과가 반영되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하락했고, 올해 매출은 분기별로 고르게 인식되며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약품사업부는 엔데믹으로 인한 호흡기 품목 매출 감소와 일부 의료계 파업 영향으로 다소 부진한 매출을 보였다.
녹십자는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혈액제제의 원가가 고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녹십자는 1분기 영업손실 15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고 매출액은 3568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적자의 원인은 높은 원가율이다. 녹십자 혈액제제의 원료는 미국에서 직수입하는 혈액에 의존하고 있는데, 약 1300원대 중반 높은 환율이 지속되며 1분기 원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큰 폭 증가한 약 75.8%를 기록했다.
다만 고환율 효과는 2분기부터 적극적인 백신 수주 및 헌터라제 수출 회복, ETC 의약품 매출 전반 회복을 통해 상쇄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요인으로 녹십자의 백신 수주는 2분기와 3분기에 집중되어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2분기부터 점진적인 매출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단, 3월부터 시작된 의료진 파업으로 인하여 알부민, 헤파빅주 등의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3분기부터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동아에스티의 1분기 매출은 1401억원으로 전년보다 4% 늘었고 영업이익은 57억원에서 7억원으로 89% 줄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의 90%를 하회했다.
일부 의료 파업 영향으로 ETC 성장은 제한적이었으나, 주력 고마진제품인 그로트로핀이 266억원(전년동기 대비 +15%)으로 성장을 이끌었다. 해외 사업부에서는 박카스가 198억원(전년동기 대비 +54%)로 견인했다.
상반기에 R&D 비용이 집중되며 전년동기 대비 29% 증가한 26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18.7%로 전년동기 대비 3.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R&D 비용 59억원 증가분이 고스란히 반영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9억원 감소한 것이다.
개발비용 증가에 따라 2분기 실적도 좋지 못할 전망이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6~7월 실사가 무난히 종료된다면, 4분기 유럽 발매와 내년 5월 미국 발매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매출 로열티 발생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종근당은 1분기 영업이익이 2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매출액 3535억원으로 1.9% 줄며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약가인하로 자누비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4% 줄어든 195억원을 기록했고 케이캡 공동 판매 계약에 따른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다만 프롤리아와 아토젯의 고성장과 올해부터 셀트리온 제약이 판매하는 딜라트렌의 초기 재고 납품과 고덱스 매출이 반영되며 매출 감소는 미미했다.
영업이익은 글리아티린 임상 재평가에 따른 환수 충당금 65억원이 반영됐지만 연구 개발지 지출 감소로 영향이 상쇄됐다. 글리아티린 환수추정액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분기 영업이익 3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호실적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비는 296억원(전년동기 대비 –17%)으로 감소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2월부터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용제 고덱스(연간 약 700~800억원)와 바이엘의 케렌디아(연간 약 100억원) 코프로모션 판매가 시작되고, 5월 중으로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로 공동 판매가 시작된다"라며 "점차 매출 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상저하고'를 전망하며 2·3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바이오 매출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전통제약사 매출 1위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2월 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것이 반영된 결과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도 "24년의 큰 방향성(금리의 변곡점, 주요 신약 승인 예정)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장기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3년과 마찬가지로 24년에도 상저하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3분기 승인, 추가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긍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부연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스케쥴에 따라 상저하고 매출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전년동기 대비 전반적인 비용(4공장에 대한 감가상각비 본격 반영, 종업원 급여 증가)이 증가했다"며 "연간으로는 하반기로 갈수록 매출 증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로 높아져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률(24년 39.9% 전망)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올해 높아진 연구개발비 및 광고선전비로 인해 판관비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고마진의 국내 렉라자 매출 증가와 미국 레이저티닙 병용요법 승인에 따른 마일스톤, 로열티의 유입으로 상저하고의 실적을 전망한다"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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