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액침냉각' 기술 개발 속도전냉각 시장, 2030년 2.3조원 규모로 성장"초기 시장인만큼 빠른 제품 개발 필요"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최근 액침냉각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냉각 시장이 데이터센터, 전기차용 배터리 등 다양한 수요처로 인해 높은 성장세가 전망되는 만큼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액침 냉각은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윤활유·윤활기유 등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기술이다. 기존 공기 냉각 시스템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력 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
이같은 기대감에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액침냉각유 사업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다. SK엔무브는 2022년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서 액침냉각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기술을 검증받았다.
SK엔무브 관계자는 "냉각 플루이드 제품의 경우, 지난해 11월 SKT, GRC와 기술 실증평가를 마쳤고, 올해 하반기 중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특정 업체와 상용화를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해 열관리 시스템 시장 진출을 알렸다. 협력업체와 실증평가를 통해 데이터센터 서버의 안정적 구동과 열관리 기능에 대한 성능을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맞는 액침냉각 제품을 개발해 열관리 시장 내 솔루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흐름에 발맞춰 에쓰오일도 액침냉각유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개별 데이터센터에 걸맞은 다양한 시제품 라인업을 구비한 상태며, 올해 내 실증평가를 통해 서버 안정적 구동, 에너지 절감 성능 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열린 컨콜에서 에쓰오일 관계자는 "글로벌 액침냉각유 시장은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방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당사의 윤활기유 설비, 규모, 경쟁력 등을 고려해 냉각 시장 내 사업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수업체와 냉각유 관련 공동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은 고속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는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이 지난 2022년 기준 2억4400만달러(약 33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7억1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연평균 24.2%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 전력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액침냉각이 적용될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AI 등의 전력 수요는 2022년 기준 460TWh이다. 하지만 디지털 데이터 양이 계속 증가하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 2026년에는 620TWh~1,050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40%가 냉각을 위해 소비되기 때문에 향후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에 따라 액침냉각용 유체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예정이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액침냉각유를 둘러싼 기술 개발 경쟁에 '불꽃'이 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 급증 영향으로 국내 정유업계에서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보인다"라며 "액침냉각유는 ESS,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 산업 분야에 활용되기 때문에 높은 성장세 관측으로 해당 사업에 앞다퉈 뛰어드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정유업계가 액침냉각유 사업에 구체화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냉각유가 초기 시장인 만큼 다양한 옵션을 검토·실행하면서 명확한 사업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시장 자체가 이제 막 개화하는 시기라, 아직 관련 시장 표준화도 부재해 제품 개발이 더 필요하다"라며 "시장 초기인 지금, 오히려 빠르게 상용화 시도를 하고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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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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